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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새해 벽두부터 태화강을 찾은 여섯 마리의 큰고니 가족 이야기가 울산의 중심에 있었다. 울산의 일간지마다 사진으로 소개될 정도로 언론과 방송의 관심 대상이기도 했다. 2015년 1월 이후 3년 만에 울산을 찾은 큰고니 가족은 새해 벽두이기에 더욱 반갑고 상당한 의미로 맞이했다. 태화강에서 잠을 자며, 먹이를 해결한지도 벌써 한 달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01년부터 기록한 자료에서도 처음으로 기록됐다. 부지런한 자연조류생태 사진작가들은 '어찌 이런 일이…….'하면서 최고의 모델을 향한 셔터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큰고니는 황새목 오리과 수면성 대형 오리이다. 조물주는 큰 덩치를 주어 잠수하지 못하게 했으며 대신에 긴 목을 주었다. 큰고니의 먹이는 식물성이다. 특히 물 억새, 부들 등 연약한 부분을 즐겨 먹는다. 부드러운 새싹은 물속 깊이 잠겨있기에 긴 목을 이용하기조차 쉽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럴 때면 깊은 물 속을 곤두박질까지 하면서 이구석 저구석 부드러운 부들뿌리를 찾는다. 이런 광경은 길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흥미를 갖기에 충분하다. 특히 사진작가들은 식이행동, 나는 행동, 먹이 찾는 행동, 유영 행동 등 큰고니 가족의 특이한 행동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고자 현장에 많이 모여들기도 했다. 

지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울산을 찾은 큰고니의 기록일지를 살펴보면, 아홉 번은 찾았고 9년은 찾지 않았다. 그 가운데 이번에 찾은 여섯 마리의 큰고니가족이 제일 많은 개체로 확인됐다. 어미 한 마리와 새끼 다섯 마리가 뚜렷하게 구별되어 일반인도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이들 큰고니가족은 작년 12월 31일, 해넘이로 찾아왔다. 그날 08시 20분경 낙안소(落雁沼)를 지나 범서대교 아래에서 구영교 방향으로 망원경을 통해 조류 종을 살피고 막 돌아 내려오는 찰나 굴화쪽 아파트 부근에서 낙안소 방향으로 대형 조류가 날아오고 있었다. 마침 울음소리를 내어 큰고니로 인식했지만 망원경으로 재확인했다. 망원경 속에는 선두에 성조와 뒤따라 유조 다섯 마리가 질서정연하게 날았다. 

고니의 생태를 알고 있기에 곧장 몸을 숨겼지만 그들의 예리한 눈은 이미 나와 주위의 산책인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다. 간간히 어미의 울음소리가 들렸으며 무리는 2∼3회 공중에서 선회비행하더니 대암댐 쪽으로 날아가 자취를 감췄다. 다음날, 어둠이 아직도 깔려있는 06시 20분경, 태화강을 망원경으로 찬찬히 살피는 도중 망원경 속에 그들의 웅크린 모습이 포착됐다. 삼호대숲 앞 태화강에서 어미 한 마리와 새끼 다섯 마리가 죽지에 머리를 묻고 곤하게 잠자는 큰고니 가족을 발견했다. 06시 30분경 잠에서 깨어난 가족은 어미가 선두로 헤엄치자 뒤따라 하류 쪽으로 헤엄쳐 이동했다.

그 후 07시 10분경 곧추세운 긴 목을 마치 전통무용의 움츠렸다 폈다하는 굴신(屈伸) 동작처럼 두서너 번 반복하더니만 동시에 수면을 박차며 상류 쪽으로위날아갔다. 고니는 날기 전에는 반드시 긴 목을 이용하여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신호는 긴 목과 울음소리인 셈이다. 큰고니 가족은 매일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자세를 잡은 뒤 이어 몇 번의 고갯짓을 신호로 큰 날갯짓을 하면서 빠른 발동작으로 물 위를 박차고 날아갔다. 긴 목을 앞으로 곧게 펴서 날아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다음날도 일상은 계속됐다. 고니의 잠자는 모습은 편안하게 보인다. 고니는 왼 날개던, 오른 죽지 던 정해두지 않고 머리를 깊숙이 박아 편안하게 잠을 잔다. 

고니는 우리말이며, 한자 곡(鵠)으곤 쓴다. 곡의 이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어아 더의 경계 및 의사 전달 소리가 마치 '곡 곡 곡'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 울음소리를 바탕으로 이름 지어진 것이 고니이다. 식자(識者)는 그 소리를 '鵠 鵠 鵠'으로 썼다. 고니는 국궁 과녘의 적중(的中)을 상징하는 물새이기도 하다. 활 쏘는 과녁 정 중앙의 점을 정곡(正鵠)이라 부르게 된 연유도 대표적 사냥감에서 유래했다. 조선 왕실 사냥감의 중심 대상 가운데 하나가 고니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파생된 표현이 '어떤 문제의 핵심을 지적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정곡을 찌르다'라는 표현이다. 물론 활쏘기에서 고니를 적중한 것이 표현의 바탕이 됐다. 

새해에는 백색을 내세우는 상징적 의식이 있다. 새해에 눈이 많이 오면 그 해 풍년이든 다는 속담은 논농사를 염두에 둔 길조(吉兆)의 상서로운 눈 서설(瑞雪)로 보는 이유이다. 첫 돌상에 백설기와 실타래를 놓는 이유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 고정 관념적 현상이라면 풍요롭게 살기를 바라는 염원이 본질이다. 신부의 하얀 면사포와 상복(喪服)이 소복(素服)인 이유도 순결과 슬픔을 대변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는 풍요와 풍성에 있다. 개업 행사에 백설기를 돌리는 목적에서 풍요로움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확실해진다. 

황금돼지 새해 벽두부터 하얀 깃의 큰고니가족 여섯 마리가 울산을 찾았다. 이는 흔한 현상이 아니며 좋은 일이 있을 낌새이다. 올해 울산시민 모두는 해넘이와 해맞이를 보낸 큰고니가족의 큰 날갯짓처럼 모든 일에 대박 나길 바란다. 오늘도 큰고니가족은 백리대숲을 배경으로 백 리 물길 태화강을 따라 힘차게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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