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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정제마진이 10년 만에 배럴당 1달러대로 떨어졌다. 손익분기점이 4~5달러 대인 점을 감안하면 생산할 수록 손해를 보는 최악의 업황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정유업계가 실적 부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1월 넷째주 기준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7달러로 전주(2.5달러)에 비해 0.8달러가 더 떨어졌다. 지난해 1월 평균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6.1달러였다.
정제마진이 주간 기준으로 1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2009년 12월 첫째주(1.79달러)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 넷째주 손익분기점 아래인 3.8달러로 떨어진 이후 두달 넘게 추가 하락하고 있다. 통상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로 알려져 있어 팔수록 손해 볼 수 없는 적자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정제마진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두바이유 가격보다 저렴해지면서 값싼 원료를 활용한 북미 정유업체들의 휘발유 생산량이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국제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떠안은 정유업계는 이미 대다수 '어닝쇼크'에 처해 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4분기에만 2,924억 원, 1,75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2,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정유4사는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8조 원에 육박하는 연간 영업이익을 합작했지만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을 버는 데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황 개선은 최대 하반기까지 기다려야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휘발유 수출쿼터가 줄어들면서 국내 정유사가 반사이익을 누리거나 2020년 시행될 국제해사기구(IMO)의 황함유량 규제에 따른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며 "인도 정유사들의 정기보수, 드라이빙시즌(여름 휴가철)에 따른 휘발유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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