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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가 청소년 정책에 당사자인 청소년의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제정에 나선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에 휩싸였다.

단순한 모의 청소년 의회의 수준을 넘어 법적 근거를 가진 청소년의회를 구성하고, 임기 2년의 청소년 의원은 현행 공직선거에 준하는 투표를 통해 선출하겠다는 것인데, 학부모들은 '청소년을 정치 도구화'하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며 조례안 철회를 촉구했다.

다세움학부모회 등 울산지역 학부모 단체 회원 200여 명은 31일 오전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을 다룰 예정이던 시의회 운영위원회 회의 시간에 맞춰 시의사당으로 몰려와 청소년의회 반대 시위를 벌였다.

 

다세움 학부모회 울산지부 소속 회원을 비롯한 울산지역 학부모들이 31일 울산시의회에서 시의회의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제정 추진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다세움 학부모회 울산지부 소속 회원을 비롯한 울산지역 학부모들이 31일 울산시의회에서 시의회의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제정 추진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학부모들은 시의회 3·4층 로비에서 벌인 시위를 통해 '우리 아이를 청치판에 끌어들이지 말라', '청소년 정치이용 반대',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 철회' 등이 적힌 피켓과 구호를 외치며 2시간여 동안 거세게 항의했다.

학부모들은 "시의회가 구성하려는 청소년 의회는 미래 세대에게 풀뿌리 민주주의를 체험시키고, 민주 시민의 소양을 길러주기 위한 '모의 청소년의회' 수준이 아니라 선관위가 주관하는 정식 투표를 통해 청소년 의원을 선출, 법적 신분 보장은 물론 의결권에 준하는 결정을 할 수 있고, 여기에다 재정적 지원까지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또 "지방의회와 다름없는 청소년 의회를 만들어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청소년 정책 참여를 내세워 혹여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과 정책을 만드는 전위대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폭거이고, 독재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문제의 조례안은 시의회 부의장인 이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여당 소속 황세영 의장과 손호근, 윤덕권, 장윤호, 손종학 의원이 찬성 서명했고, 자유한국당에선 윤정록 의원이 찬성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철회했다.

조례안의 구제적 내용을 보면, 청소년의회에 대해 '울산 청소년들의 정치적 참정권과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울산시의회 운영방식과 유사하게 진행하는 의회'라고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의회 구성은 25명 이내로 구성하되, 의원은 만 12세 이상 18세 이하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후보자를 공모해 격년제로 7월에 실시하는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통해 선출토록 규정했다. 또 청소년의원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규정도 마련하고 있다.

조례안에선 또 청소년의원 임기는 2년으로 하고, 의장 1명과 부의장 2명은 본회의 투표로 뽑고, 청소년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은 안건을 직권으로 발의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의회는 이 뿐만 아니라 현 시의회와 똑같은 5개 분야별 상임위원회를 두고, 회의는 연간 2차례의 정기회와 필요 시 임시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조례안에는 또한 청소년의회의 활동지원과 정책제안을 돕는 자문단을 구성·운영토록 하고, 울산시장은 청소년의회 운영과 활동에 필요한 경비 등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조례안에 담긴 이 같은 기본 내용만으로도 청소년의회는 의원 의정비 지급 규정만 없을 뿐이지 지방의회의 기능과 별반 차이가 없는 본격적인 정치기관이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나 학부모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조례안의 제1조 목적에 규정한 청소년 관련 정책에 대한 청소년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취지라면 간담회나 세미나 등으로도 가능한데 굳이 지방의회 축소판이나 다름없는 청소년의회를 구성해 어린 청소년에게 '의원 배지'를 달게 하고, 어른들의 정치 흉내를 내게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청소년의회 조례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학부모 단체들의 반발에 밀려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지는 않았다.
시의회는 이날 상임위 안건 상정이 불발된 청소년의회 조례안을 오는 12일 열리는 2월 임시회에서 처리할 계획이지만, 학부모단체의 반발 등으로 정상적인 심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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