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산업 왜곡하는 지나친 자신감, 광주형 일자리
車 산업 왜곡하는 지나친 자신감, 광주형 일자리
  • 울산신문
  • 승인 2019.02.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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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복 북구의회 의원

'노동수요는 상품수요로부터 나온 파생수요다. 기업은 상품이 시장에서 많이 팔리면 수익을 더 많이 올리려고 누구의 간섭 없이도 더 많이 고용하려 한다.'

이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간된 이후 200년이 넘는 경제학 역사를 통해 학습된 노동경제학의 명제이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연속 광주형 일자리 마련을 촉구했다. 상품이 팔리지도 않는데 얼어붙은 고용시장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나친 간섭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높은 국내 생산비용에 발목 잡혀 2002년 이후 국내에서 경차 생산을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방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주도해 3,500만 원의 임금과 정부·지자체가 주거, 육아, 여가생활 등 생활기반과 복지를 책임지는 고용 형태로 소형 SUV를 생산하기 위해 국내에 신규공장 투자를 결정한 것이 '광주형 일자리'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사무직 4,000여 명, 자발적 퇴사자 2,250명 등 약 8,000명을 내보내는 절차에 착수한다고 美 언론이 보도했다. GM은 감원에 따라 연간 60억 달러 현금을 줄이고 이 돈을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시대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환경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의 도래에 따라 자동차산업 수요 급감을 예상하면서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바로, 자유시장체제에서 글로벌 자동차회사는 시장의 기능과 작용에 입각해서 자동차 산업을 바라보고 경영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가 1만 1,000개 직간접 일자리 창출로 청년고용 위기를 해소하면서 피폐해진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고, 현대차는 고질적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광주는 연산 6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차량 판매 감소로 올해 사업계획 역시 48만 대 생산에 그치는 등, 수 년째 10만 대 이상의 과잉 공급체제를 부담하고 있다. 광주 소재 자동차 부품사 역시 완성차와 같이 60만 대 생산능력으로 공장을 운영하며, 광주시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소형 SUV 10만 대 추가 생산이 된다고 해서 신규 부품사 설립이나 부품사 고용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다.

왜 광주시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노동조합은 설득하지 못하면서 기업의 투자에만 이토록 목을 메는가? 노동개혁이 일자리, 경제 개혁의 전부는 아니지만 노동개혁 없이 경제가 회생하거나 고용이 증가한 나라는 없다. 또한 유사한 형태로 판매가격이 1,300만 원~1,500만 원 인 기아차 모닝을 위탁 생산하는 서산   '동희오토'의 경우 연간 20만 대 이상을 생산해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구조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렴한 소형 SUV 차량 10만 대 생산, 판매로 과연 일자리를 해소하고 수익을 내는 구조가 될지 자동차 제조 원가를 두들겨 봤는지 되묻고 싶다.

또한 동일노동을 하면서 현대·기아차 정규직의 반값 연봉을 받는 동희오토를 현 여권 정치인들이 야당일 때 어떻게 공격한지 잊은 것 같다. 1,700명 이상의 직원이 4,200만 원 내외 연봉을 받는 소형차 전문생산 업체인 '동희오토'를 가장 나쁜 일자리 기업이라고 낙인 찍었던 그들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4대강 사업때 22조면 일자리 100만 개라고 하던 이 정부는 일자리 예산 54조 원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묻고 싶다. 현 정권의 자기기만과 임기 응변식 술수가 여기서도 돋보인다.

일자리는 시장의 상품수요에 따라 시장이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을 결정한다. 인건비를 낮춘 것과 차가 잘 팔린다 것은 별개 문제이다. 바로 경영의 힘이 필요한 이유인데, 광주형 일자리에 현대차는 광주시에 이은 2대 주주에 불과해 독립된 경영권도 보장받을 수 없다. 상품개발, 연구개발, 생산기술 등 차를 생산하는 핵심 플랫폼은 현대차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 순수 생산위탁업체로 전락한 광주형 일자리는 반공기업 형태로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가 앞장서서 공장을 짓고 상품개발, 연구분야를 담당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을 압박해 정권의 일자리 목표에 이용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정상적인 기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4,200억 원의 대출금, 이자 등은 국민 몫이다. 또한 성공을 통해 차가 잘 팔릴 경우 추가 투자비용에 대한 주주 부담 책임 또한 불분명하다. 5년간 임금인상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자동차 산업 특성상 컨베이어 흐름 생산방식이라 노조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는 기존의 완성차 노사관계 학습을 통해 국민은 익히 알고 있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임금 하향평준화 우려와 고용불안으로 총파업까지 하며 반대하고 있다. 보다 싼 임금과 관세 등을 피해 해외로 옮긴 오프쇼어링 대표기업이 된 현대차가 오죽하면 이런 결정을 했을지 기득권을 가진 노조는 반성할 부문이 분명 있을 것이다. 부풀려진 일자리 통계, 시장보다 똑똑할 거란 정부, 국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노조, 해외 일자리에만 몰두한 회사.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해 왜곡된 시장경제가 국민 미래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지 곱씹어 봐야 한다.

특정 산업을 선정해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재정으로 산업을 전체적으로 이끌어 가려고 하는 것은 개발독재시대 발상이다. 성장과 혁신, 부가가치 창출은 기업 몫이지 경제적 지력(知力) 없는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이 앞장서서 설계하고 경영해야 함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