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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의 기억을 새롭게 되살린 영화는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굿모닝 베트남'이다. 1965년 사이공에 공군 라디오 디제이로 '에이드리언 크로 나워(로빈 윌리엄스)'가 부임하고, 매일 아침 외치는 굿모닝 베트남의 독특한 어조가 중독성을 가진 멘트로 인기를 얻는다. 정형화된 방송이 아닌 진행자의 의도와 불규칙성으로 군 내부에서는 간부진들의 반발을 사지만 주인공의 관점은 평화에 맞춰져 있다. 이 영화를 더 유명하게 한 삽입곡 'What a Wonderful World'는 역설적이지만 묘한 대비를 이끌어냈다. 루이 암스트롱의 중후한 목소리와 우울한 베트남의 전쟁터를 담담하게 보여준 영화다.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인 베트남 전쟁 당사자인 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을 택했다. 사실 베트남은 전쟁 상대국이었던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동반자 관계로 발전, 상생하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미국은 핵 문제 등으로 대척점에 서 있는 북한이 베트남을 모델로 삼기를 바란다는 의도로 읽힌다.

베트남은 북한이 6·25 전쟁으로 미국과 적대관계가 된 것처럼 베트남전(1964~1975년)을 거치며 미국의 적대국이 됐다. 그러나 베트남은 전쟁이 끝난 지 20년 만인 1995년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함께 번영하는 길을 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미국과의 정상적 외교 관계와 번영으로 가는'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월남전으로 기억하는 우리의 베트남전 참전은 1964년에 시작됐다. 그해 9월 11일 1차 파병을 시작으로, 1966년 4월까지 4차에 걸친 베트남 전쟁에 대한민국 전투부대가 참전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차관 마련 등의 경제적, 군사적인 이유로 집요한 파병 제안을 했으나 미국 정부는 베트남전에 한국군을 파병할 경우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중국, 소련 등의 공산권 국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일단 거절하였다.

하지만 SEATO(동남아시아조약기구)를 중심으로 구상했던 베트남 지원 계획이 프랑스와 파키스탄의 반대로 어려움에 빠지자 방침을 바꿔 한국의 참전을 요청했다. 월남전 참전의 대가로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경제원조자금을 지원받았고 이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비용으로 일부 충당됐다. 베트남 전쟁 파병은 한국 경제의 활로를 만든 긍정의 측면과 국군의 목숨을 담보로 미국의 이해관계에 동참한 명분 없는 참전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이야기되는 사건이다.

미국의 경우 전쟁 이후 정상화까지 베트남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베트남전 후 2년 만에 캄보디아를 침공한 베트남에 대해 미국은 유럽과 손을 잡고 강력한 고립정책을 폈다. 경제 위기에 직면한 베트남은 1986년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쇄신)를 채택하고 3년 뒤 캄보디아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해 신뢰를 쌓은 뒤 1994년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났다. 미국은 바로 그런 점을 고려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바로 베트남을 낙점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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