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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양대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가 동반하락세를 멈추고 엇갈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사상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긴 조선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이후 생산효율성의 상승 반전을 이끌어낸 반면, 자동차는 생산량 감소를 이어가는 바람에 세계 7위로 밀려나며 부진폭을 키우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선박 및 보트건조업의 가동률 지수는 지난해 71.5를 기록, 전년(70.7)보다 소폭 상승했다. 2015년 이후 4년 만의 상승 전환이다. 선박 및 보트건조업의 가동률 지수 생산능력 대비 생산을 뜻한다. 가동률 지수가 상승 반전했다는 것은 생산 효율이 높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구조조정과 과잉설비 조정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선박 및 보트건조업 생산능력지수(2015=100)는 69.2로 전년(83.4)보다 17.0% 하락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생산능력지수는 인력·설비·조업시간 등이 정상적으로 생산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을 뜻한다. 선박 및 보트건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직전 3년간 유조선·컨테이너선·화물선 등 조선업 품목의 최대 생산량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선박 및 보트건조업 생산능력지수는 2015년 이후 4년째 뒷걸음질 치면서 10년 전인 2007년(71.4)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는 2014년부터 본격화한 구조조정 영향이다. 생산능력이 쪼그라들면서 선박 및 보트건조업 생산지수도 지난해 56.4까지 내려앉았다. 2000년(51.9)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은 2015년 상반기 3조 2,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본격화됐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불황 끝에 가동을 중단한 시점도 2017년 7월이다.

일부 수주 개선도 가동율 향상에 기여했다. 지난해에는 우리 조선사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를 독식하면서 7년 만에 국가별 수주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선박·보트 건조업의 생산능력 감소에는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가동 중단 등 최근 구조조정의 영향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과잉설비가 조정되면서 가동률 지표는 작년 하반기부터 개선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자동차는 여전히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생산량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10일 발표한 '2018년 10대 자동차 생산국 현황'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한국의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1% 줄어든 402만 9,000대로 집계됐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2015년 455만 6,000대 수준이었으나 이후 2016년 422만 9,000대, 2017년 411만 5,000대, 2018년 402만 9,000대 등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멕시코의 자동차 생산량은 411만 대로 전년(406만 9,000대)보다 1.0%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 순위는 2016년 인도에 5위 자리를 내어준 지 2년 만에 다시 한 단계 하락하며 멕시코에 밀려 세계 7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역시 전년 대비 0.1%p 줄었다.

자동차협회는 생산량 감소 요인에 대해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등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 고착화로 생산경쟁력이 상실됐다"며 "작년 2월 한국지엠(GM)의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생산 중단,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협회는 이어 "인도와 멕시코는 임금수준 대비 높은 생산성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국내외 세계 자동차산업이 불황기에 진입함에 따라 올해 자동차 생산이 추가로 줄면서 400만 대 선이 무너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만기 자동차협회 회장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면서 "법·제도 개선을 통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연비 및 배출가스 등 환경규제나 안전 및 소비자 관련 규제등 분야의 산업경쟁력을 혁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 세계 1위는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의 2018년 자동차 생산은 전년보다 4.2% 감소한 2,781만 대로 2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10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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