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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까지 펄펄 끓던 부동산시장이 순식간에 가라앉으면서 이번에는 '역(逆)전세난' 우려가 시장을 뒤덮고 있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2년 전 여름 정점을 찍었던 전셋값을 받아줄 새 수요자가 없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10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포럼이 발표한 전국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에 따르면 울산의 지난해 12월 전세값은 2년 전인 2016년 말 대비 9.6%하락했다. 이는 전국에서 경남(-12.7%) 다음으로 낙폭이 크다. 

전국적으로도 전셋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KB부동산의 주간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3주 연속으로 미끄러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지난달 들어서는 전셋값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지난달 셋째 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8% 하락했고 넷째 주에는 다시 0.07% 내렸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이처럼 급격히 하락한 것은 2009년 2월 첫째 주(-0.10%)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전세가격지수로 따지면 지난달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9.8에 그친다.

이대로라면 2017년 7월 이른바 '상투'에 전세 계약한 세입자의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 여름부터 집주인과 세입자의 갑을관계가 바뀌는 역전세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돈을 마련해야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6월 발표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셋값이 외환위기 당시처럼 20% 급락하는 경우, 보유 금융자산으로 전세보증금 전액을 반환해줄 수 있는 임대 가구의 비율은 47.0%에 불과하다. 20% 하락분만큼의 금융자산을 보유해 새로 세입자가 들어오면 이와 합쳐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임대 가구는 31.4%,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돈을 마련해야 하는 가구는 14.5%였다. 나머지 7.1%는 신용대출 등 각종 대출을 동원해야 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등장한 9·13대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는 대출규제 영향으로 유주택자의 추가대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 경우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임대인이 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주택 매도를 통한 자금 마련이다.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급매가 차츰 등장하면 집값이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기다 신규 물량까지 쏟아진다. 건설사들은 올 한해 울산에만 9,380여 가구의 새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남구 신정동 '문수로두산위브더제니스'(256가구·2월), 중구 복산동 '복산해링턴플레스'(2,591가구·미정), 남구 무거동 '삼호주공동원로얄듀크'(663가구·미정), 울주군삼남면 '울산교동리주택'(670가구·4월), 남구 야음동 깨밭골지역주택조합(635가구·5월), 남구 무거동 '무거동원로얄듀크'(576가구·미정), 중구우정동 '반도유보라'(495가구·미정), 중구우정동 동원로얄듀크(1,301가구·미정), 북구 매곡동 '중산매곡에일린의뜰'(851가구·미정), 울주군삼남면 'KTX동문굿모닝힐'(1,342가구·미정) 등이 줄줄이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올해 분양하지 못해 이월된 물량이 상당수로, 울산의 아파트 물량 과다가 심화될 전망이다. 

역전세난이 장기화하면 연쇄적으로 부동산 경기침체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추가대출이라도 받아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정부의 유주택자 대출규제로 이 역시 힘든 상황이다. 결국 집주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주택을 급히 처분하면서 부동산시장 전반이 침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방송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싼 전세보증금을 주고 들어갔다가 2년 뒤에 전셋값이 내려가면 집주인이 새로 전세금을 받아서 나가는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한다"면서 "여기에 집값까지 내려가면 '깡통전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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