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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가 조선용 후판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전방산업계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조선업계와는 이미 지난해부터 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고, 자동차업계도 강판과 관련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 "조선용 후판 1곘당 5만원 올려야"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올해 1분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1t당 5만 원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동결을 고수하고 있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업계 간의 협상은 2달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지난 2007~2008년 조선업이 호황일 당시 1t당 100만 원 이상하던 후판 가격은 조선업 불황을 겪던 2015년 50만 원대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1t당 60만 원대 중후반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현재 1분기 후판 가격을 협상하고 있다. 이번 가격 협상은 1분기가 끝나는 오는 3월 31일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원료탄 등 후판의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올랐다"며 "조선업황이 안 좋을 때 후판 가격을 계속 내렸기 때문에 이제서야 가격이 제자리로 찾아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 "강행시 중국산 수입할 것" 강력 반발
조선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조선업체들은 국내 철강업체들이 후판 가격 인상을 강행할 경우 중국 또는 일본에서 후판 수입을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가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후판가격을 지속 인상하면 조선사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협상 테이블 셈법이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수주잔량만 1,698만 9,000CGT에 이르는 메가 조선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을 중심으로 가격 협상력이 강화돼 협상 테이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강판과 관련해서는 포스코는 올해 1분기 동결안을 내놓은 반면, 현대제철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5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현대기아차는 해외시장 판매 감소에 맞물려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인상요인을 설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기아차는 "현대제철도 수익률을 확보해야겠지만 현대제철의 위치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직계열화의 한 요소로, 자동차 산업의 지원을 위한 차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상 계획은 따로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압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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