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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열두 명의 시선이 일제히 출입문을 향해 온다. 미소로 마중을 해주는 이도 있지만 아직은 이 분위기가 어색한지 대부분의 얼굴빛이 굳어 있거나 상기된 표정이 역력하다.

이틀 전부터 겨울 인턴십이 진행되고 있다. 인턴십은 Induction Program, 멘토 선정, 팀 OJT(On the Job Training), 개인 프로젝트 수행, 과제 발표 및 수료 등 각 영역별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필자도 Induction Program에 교육 담당자로 참여하고 있다.

회사의 복리후생과 임금 체계에 대하여 전반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역할이지만 전공과는 별개로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거나 휴학을 하면서까지 졸업을 미루는 그들의 힘겨움을 알기에 해가 거듭될수록 '문서화 되어 있는 정보 외에 이들의 인턴십 과정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무엇일까.' 라는 물음을 가지다 보니 결코 그 시간이 가볍지가 않다.

축적된 업무 숙련도는 기업을 유지하고 성장해 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낮은 이직율과 그로 인해 높은 근속연수는 안정적인 기업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간 계층이 비대해지는 마름모 형태의 조직구조는 결코 안정적일 수가 없다. 기업이 경기 불황 속에서도 새로운 인재 채용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이 만성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에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속사정도 분명 있다. 경기 침체 속에 인적 투자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다양한 구직광고에서부터 채용 그리고 체계적인 직무 프로그램 운영까지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에 놓인 취업준비생들 중에는 일단 취업을 하고 보자는 목적만을 가지고 문어발 식 입사 지원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단순히 경력을 쌓기 위해 직무 숙련도 프로그램을 수료한 후에 이직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손실이 만만치가 않다.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만은 아니다. 인턴은 그 시간 동안 정말 본인이 일하고 싶은 직장인지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체험하면서 실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인턴 중에는 여성 지원자도 세 명이 포함돼 있어서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비철금속 제조업종의 특성과 오랜 기업 구조상 여성 인력의 비율이 낮은데다 수년 째 진행하고 있는 캠퍼스 리쿠르팅에서도 기계, 금속,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여학생의 수요는 매우 낮은 게 우리 대학의 현실이니 여성 엔지니어를 채용하기는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여성 엔지니어 지원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인 일이며, 남성 중심인 현장 조직에 남녀의 구분 없이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의 활동이 일부 특정 직종에 편중되어 있는 우리 사회 구조에도 순기능의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해 본다. 인턴 교육을 마치면서 사회 선배의 마음으로 당부할 얘기가 있다. 사내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여러분의 선배이니 인사하는 것을 잊지 마시라. 인사는 인간관계를 밀착시키는 가장 쉬운 일이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채워 가느냐는 여러분의 몫이다. 현장의 경험이 앞으로 맞이하게 될 직장생활에 꼭 필요한 준비 과정이 되도록 하시라. 여러분을 선택하는 것은 회사지만 여러분도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인턴십에 참여해준 여러분의 선택과 그 과정이 앞으로 고민하게 될 또 다른 선택에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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