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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설 예정인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가 울산과 부산의 접경 위치인 신고리 7·8호기 예정부지로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울산과 부산, 경상북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단 유치 경쟁에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울산과 부산은 직접적인 사업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정문 위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경주를 앞세워 유치 경쟁을 벌였던 경상북도는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울산시는 지리적 위치의 이점이 울산에 유리하게 작용한 용역 결과를 두고 고무된 분위기 속에 유치 확정 가능성을 더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원해연의 입지 선정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울산 울주군 서생면과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걸쳐있는 신고리 7·8호기 예정 부지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 부지는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와 가장 근접해 있고, 원전 연구를 하고 있는 울산과학기술원과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부산대학교, 기장군에 위치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까지 모두 아우르는 집적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울산 중구 혁신도시에 위치한 에너지 전담기관과 경주 인근에 관련 산업들이 몰려 있는 점도 용역 결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울산과 부산이 원해연의 공동 유치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경상북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해연 예정부지 내정 소식이 알려진 12일 경북도청 한 관계자는 "산자부를 통해 예정부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만약 원해연 입지가 울산·부산 접경지역인 신고리 7·8호기 예정부지로 확정될 경우 특단의 대응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 "경주에는 방폐장이 있어 결국 모든 원전 폐기물은 경주로 올 수 밖에 없는데 경주 인근 월성원전 1호기가 작년부터 연료봉을 떼고 있기 때문에 해체 시기 면에서 거의 비슷하다"며 "월성원전의 경우 중수로로 폐기물양도 많고, 경주는 영광·울진·울산 중간에 위치해 전국 원전 폐기물들이 한 곳에 모이는 최적지로, 방폐장도 있어 접안시설까지 갖추고 있다"며 경주 유치에 대한 타당성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울산과 부산은 벌써 관련 사업의 실익을 거둘 수 있는 정문 위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정문 출입구가 어디로 나느냐에 따라 원전 철거와 오염 제거 등 관련 사업들을 수행하는 업체들의 실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원해연이 신고리 7·8호기 예정부지로 확정된다면 출입구는 울주군 권역의 왕복 2차로로 낼 수 밖에 없어 정문은 울주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출입구 위치 선정 문제는 여전히 막바지 협의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원해연은 3만 3,000㎡ 부지에 실험실과 분석실, 해체 기술 실증과 인증 시설, 방폐물 시험 시설, 모의 훈련 시설 등을 갖추는 시설로 연간 운영 예산이 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다음달 입지를 선정한 뒤, 오는 5월 예비타당성 심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2020년 착공해 2022년 완공된다.

원해연의 중요성과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지난 1960~1980년대 지어진 원전의 사용 가능 기한이 임박하면서 2020년대 이후 해체 대상 원전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정부 보고서 등은 전 세계의 해체 대상 원전이 2015~2019년 76기에서 2030년대 127기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전 세계의 원전 해체 비용이 44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조사도 있다"며 "해체 작업에 의한 직접적 경제 효과 외에 폐기물 처리, 기계, 로봇, 건설 등 전후방 산업과 기술 발전을 가져온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지혁기자 us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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