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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이 2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후보자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세계 1위 조선사로 도약하고,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 체제인 국내 조선업계는 '1강 1중' 체제로 재편된다.  

# 삼성중공업은 인수제안 최종 거절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자로 현대중공업이 확정됐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수·합병(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맺고 삼성중공업에도 인수의향을 물었다. 산은 측은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 제안 요청에 전날 참여의사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했다"며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인수후보자로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오는 3월 8일 이사회 승인 시 현대중공업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확인 실사 등 제반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이후 조선통합법인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대우조선 주식 현물출자, 조선통합법인의 대우조선 앞 유상증자 등을 거쳐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 전량(55.7%·5,973만 8,211주)을 현물출자하고 기존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중간지주회사인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의 대우조선 인수·합병(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 조선통합법인 4개 지주계열사 체제
산은은 현물출자 대가로 조선통합법인 지분을 넘겨받는다. 지주회사의 대주주는 28%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이고, 2대 주주는 지분 18%의 산업은행이다. 

인수 구조는 현대중공업을 조선합작법인(중간지주)과 현대중공업(사업법인)으로 물적분할하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조선합작법인에 현물출자해 조선합작법인의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조선통합법인 산하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편입돼 4개 계열사를 두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1조 5,000억 원을 지원하고 자금이 부족하면 1조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 산은, 18% 지분 갖고 2대 주주로 참여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넘기는 민영화에 돌입하면서 메가 조선사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수주량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각각 글로벌 1·2위다. 양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21%를 상회한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4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2위인 대우조선(584만CGT)을 인수하면 세계 시장점유율이 21.2%로 높아진다. 3위인 일본 이마바리(525만CGT)를 세 배 이상 웃돈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분야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LNG선은 양사가 합칠 경우 점유율이 60%에 이른다.

# "고용불안 지속 구조조정 가속화 우려"
다만 최종 인수 마무리까지 상황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고용불안을 이유로 대우조선 인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면적인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노조는 이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지난 4년간 구조조정으로 3만 5,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휴직으로 내몰린 수백명의 노동자들, 군산조선소 가동 문제 등 고용불안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상선 건조, 해양플랜트, 특수선 부문이 겹쳐 효율적인 경영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하게 될 것"이라며 "대우조선은 여전히 부채비율이 높고 2조 원이 넘는 영구채를 안고 있다"며 "조선업 경기가 불안정한 가운데 동반부실 상태가 되면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 받은 바가 없어 자세한 내용 확인은 힘들다"며 "다만 다음달 8일 본계약 체결 등 남은 절차는 원래 계획대로 산은과 협의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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