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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시 본 영화 중에서 가장 현실감 있고 기억에 남는 영화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다. <투모로우>는 2004년에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는 그해 6월에 개봉된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의 작품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1955년 독일 출생으로 1996년에 개봉된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감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투모로우>는 언제부터인가 TV에서 자주 상영되는 영화 중의 하나로, 나는 최근 두어 달 사이에 세 번이나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10여 년 전에 본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구나 해서 우연히 보았고, 그다음에는 지금 이 시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꼭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다시 보았고, 세 번째는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나름 신경 써가며 본 영화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본 영화였는데, 지난주 미국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었다는 뉴스를 듣고 몸이 오싹해졌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화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강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원제목을 보면 'The Day after Tomorrow'로 '토모로우(내일)'가 아니다. '내일의 다음 날 모레'인 것이다. 그러니까 내일이 아니어도 모레, 즉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는 강한 뜻이 더 전해져 온다.

이 영화는 지구의 이상기후인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줄거리를 요약해 보기로 한다. 주인공인 잭 홀 박사는 기상학자로 남극에서 빙하코어(ice core, 빙하에 구명을 뚫어 시추한 원통 모양의 얼음기둥)를 탐사하던 중에 거대한 빙하가 붕괴되는 것을 겪으면서 머지않아 지구에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날 것을 감지한다. 

그는 유엔 기구 온난화협의회에서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져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에 영향을 주어 그 흐름이 멈추게 되면 지구의 절반이 빙하로 뒤덮이는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시기는 조금은 먼 미래인 100년 후 정도라고 예상한다고 하자, 비웃음만 당하고 상사와도 갈등만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그 얼마 후에 미국 로스엔젤러스에 초대형 토네이도가 휘몰아쳐 도시를 무참히 파괴시키고, 일본 도쿄에서는 수박만 한 우박이 쏟아지고, 인도의 뉴델리에서는 폭설이 내리는 등의 이상기후 현상이 연속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잭 박사는 이러한 자연재앙으로 해양 온도가 13도나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자신이 예상했던 빙하시대가 빨리 닥쳐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잭 박사의 아들 샘은 여자친구 로라와 함께 퀴즈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으로 간다. 뉴욕에 도착해서 그들이 겪게 되는 것은 가공할 만한 규모의 해일로 바닷물에 잠기는 뉴욕이었다. 샘 일행은 공공도서관으로 대피하고, 그곳에서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고 안에서 불을 지펴 체온을 유지하고 있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믿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젊은 청년이 외치는 말보다, 남쪽으로 내려가야지만 살아남는다고 말하는 경찰의 말에 따라 이동을 하다가 모두 길에서 얼어 죽고 만다. 정확한 정보와 방책도 없이 많은 사람들은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간다는 식으로 아무런 대책 없이 따라나섰다가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지구 북반구가 점차 빙하로 뒤덮여 가기 시작했다. 잭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멕시코 국경 아래인 남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아들 샘을 구하기 위해, 장비를 갖추고 이미 해일과 폭설로 죽음의 도시로 변한 뉴욕으로 향한다. 워싱턴에서 북쪽에 있는 뉴욕 간의 거리는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살아 돌아올지도 모르는 길인데 아버지는 오로지 아들을 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뉴욕으로 떠나기로 하고, 두 번 다시 못 볼지도 모르지만, 남편이 아들을 꼭 만나서 데리고 올 것이라고 믿는 부인의 비장함이 나를 감동시켰다. 또한 의사인 부인 역시 마지막까지 병실에 있는 아이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서 함께 살아남는다. 이 영화는 결코 가족 간의 애틋한 감동을 그린 스토리는 아니지만, 내 가슴에 진하게 남아 있었던 것은 가족애이다. 

영하 100도의 기류가 흐르는 곳은 순식간에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불이 있는 곳은 빙하의 죽음의 그림자가 비껴간다. 도서관에 대피해 있는 샘의 일행은 책을 불쏘시개로 해서 살아남는다. 빙하의 흐름을 간파한 잭은 빙하의 흐름을 피해 살아남아 도서관에서 아들 샘과 재회를 한다. 정말 멋진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보여준 믿음과 사랑, 지혜와 용기 등이 가정을 지키고 나아가 사회를 유지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당연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그린 것이다. 더군다나 그 주범이 바로 이산화탄소이다. 그래서 세계기상기구 WMO가 대기 중에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와 자연적으로 흡수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같아지는 '제로 상태'를 2050년까지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지구의 환경문제는 인류 모두의 과제로, 모두가 나서서 해결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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