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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는 일제강점기 탄압을 이겨내고 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민족사립학교인 '보성학교'가 위치한 곳으로 항일운동 관련 역사가 깊은 곳이다. 그러나 정작 관계 부처는 항일운동 유적 발굴 및 보존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13일 '항일운동터전 보성학교 복원을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1922년에 사립학교로 설립된 보성학교는 일제강점기 당시 동면지역(현재 동구 일산동) 독립운동과 사회운동가들이 배출되는 주요 거점이었다.

# 동구, 국가현충시설 지적 전무
설립자이자 초대 교장이었던 성세빈을 비롯해 박학규, 성세륭, 김천해, 서진문, 이효정, 박두복 등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이 보성학교를 거쳐 갔다. 이 학교 출신들은 적호소년단(동면소년회)과 5월청년동맹(울산청년연맹 동면지부) 그리고 신간회에서 활동하며 항일운동의 맥을 이어갔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보고서에는 보성학교는 1945년 폐교 때까지 총 21회, 49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특히 울산지역 독립운동가들이 적극적으로 학생을 가르쳤던 곳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성학교는 일제에 의해 교원 사상이 불순하다고 폐쇄명령까지 받았다.

1929년 3월 말 성세빈을 비롯한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조건으로 학교 폐쇄를 막을 만큼 사회운동의 요람이 됐으며, 학생들도 지역 내외에서 사회운동에 적극적이었다.

적호소년회원이거나 울산적색비사사건(울산적색농민조합조직준비회사건, 울산독서회사건)에 개입된 10여 명의 청년 중 최도준, 김두생, 정진도도 보성학교 출신이었다.

그러나 동구에서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으며, 동구 본적인 독립운동가 중 국가유공자로 서훈 받은 사람은 단 1명뿐이다. 시민연대는 지난해 지역의 항일 유적으로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된 것은 중구 7곳, 울주군 3곳, 북구 2곳, 남구 1곳 등 총 13곳이며 동구는 한 곳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2010년 국가보훈처와 독립운동기념관이 발간한 '부산·울산·경남:독립운동사적지'에는 보성학교 터, 서진문 집터, 성세빈·성세륭 집터 등이 포함돼 있지만 아직까지 현충시설로 지정돼 있지 않고 있다. 또 울산 본적으로 독립운동가 중 국가유공자로 서훈 받은 사람은 올해 1월 1일 현재 96명이다. 그 중 동구 본적은 서진문 선생이 유일하다.

# 동구 본적 독립운동가 10여명 존재
시민연대는 2008년 울산의 학계와 독립운동기념 및 연구자들이 모여 정리한 '울산독립운동사'에서 동구 본적자 중 국가유공자로 서훈 받아야 하는 사람이 10여 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대상자는 권우락, 김경출, 김두생, 김천해, 박두복, 성세빈, 성세륭, 장병준, 정진도, 천순도, 최도준, 황학동 등이다.

배문석 보성학교 복원 시민모임 기획실장은 "대부분 국가유공자 관련 신청은 유족이 하는데, 독립운동으로 인해 가세가 기울었거나 뿔뿔이 흩어졌다면 개인의 노력으로 독립운동 근거를 찾기는 상당히 힘들다"며 "지자체에서 이들이 등재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함께 찾아주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전국적으로 항일 유적을 전수조사 했는데, 보성학교 터 등이 항일 유적이 맞다고 정리를 해놨지만 아직까지 현충시설로 지정되지 않았다. 지자체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지정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울산보훈지청은 "성세빈·성세륭 선생 등과 관련해 국가유공자로 서훈해달라는 요청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는 있지만 국가보훈지청에서는 행적 이상 등으로 현재 보류 중이다"면서 "보성학교 터 등을 현충시설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이 들어온 것은 한 건도 없었다. 신청이 들어온다면 정식 절차를 거쳐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보성학교 터는 땅 소유자들이 수십 명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동의를 다 받아야 가능한 사항이라고 보훈지청은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재산권 문제 등으로 인해 현충시설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현재 땅 소유주들과 협의가 돼야 하는데, 법적 소송을 하고 있는 지번도 몇 곳이 있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의회, 관련 조례 가결 사업 추진 기대
동구청도 이와 관련해 현충시설 지정과 국가유공자 등재 등에 대해 앞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최근 동구의회에서는 그간 지역에서 항일운동 관련 유적 발굴이나 저평가 되고 있는 독립 운동가들을 재조명하기 위해 조례안을 제정했다.

13일 동구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2일 유봉선 의원이 발의한 '울산광역시 동구 항일독립운동 기념에 관한 조례안'이 원안 가결됐다. 이 조례안은 동구지역의 항일독립운동 유적을 발굴하고 체계적인 보존 관리를 통해 후손들이 위대한 전통을 본받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유봉선 의원은 "비지정문화재인 성세빈 선생 송덕비, 서진문 선생 묘비 등은 동구에서 향토문화재로 지정하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구민들 조차 지역에서 독립 운동을 한 분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적극적인 홍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혜원기자 usj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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