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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신공항이 다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과도한 해석과 부울경의 입장 차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은 지난주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권신공항 관련한 입장 표명부터 시작됐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부산시가 확대 해석하면서 울산의 입장이 이상하게 됐다는 평가다. 당초 부산과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들은 김해신공항 재검증에 뜻을 같이해 왔는데 마치 부산시가 밀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립'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을 방문해 지역 경제인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는 국무총리실 차원에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해 신공항은 부산·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와 연관된 문제이므로 그 입장이 정리되기 전에 섣불리 어느 쪽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논의하느라 다시 또 사업이 표류하거나 지나치게 사업이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5개 광역자치단체의 합의가 있다면 김해 신공항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가덕도 신공항 건립을 주장해 온 부산시는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큰 선물을 주셨다"며 확대 해석하고 있다. 울산과 경남은 이미 김해신공항 재검증에 공동 대응해왔기 때문에 대구와 경북이 합의한다면 가덕도 신공항 건립이 마치 가능하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고 있다. 

부산의 전략은 김해신공항 확장을 우선 백지화한 뒤 가덕도 신공항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실제 오거돈 부산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부산의 정치권과 경제계가 가세하면서 울산과 경남이 가덕도 신공항 건립에 뜻을 같이하고 있고, 대구와 경북이 합의한다면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여론몰이에 나섰다. 

부산은 우선 경남을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최근 제2신항 입지를 진해에 양보한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건립에 경남이 동조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남도는 김해신공항 재검토는 동의했지만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경남의 경우 지역별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선호도가 제각각인데 소음으로 고통받는 김해 지역과 접근성이 좋은 거제 지역만 선호할 뿐 창원과 진주 등 다른 지역은 크게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울산의 입장이다. 지금까지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해 온 울산의 입지가 난처하게 됐다. 부산과 함께 김해 신공항 확장에 대해 "재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원칙적으로는 울산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김해 신공항 확장론을 지지해 온 탓이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 고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울산과 가까운 김해 공항을 확장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면서 "김해 신공항 재검증에 부산과 뜻을 같이한 이유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이 절차와 안전성, 확장성 등에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미"라는 입장을 전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정치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데 있다는 점은 이미 지적된 사안이다. 영남권 단체장들이 공조해 신공항 문제를 추진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정치적인 색깔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영남권에 왜 신공항이 필요하며 이 부분에 김해공항 확장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잇느냐에 대한 객관적 사실이다. 과거 정부는 '한 나라에 허브공항은 하나로 충분하다'는 목소리와 수도권의 기득권 사수 등에 매몰돼 영남권 신공항에 소극적이었다.

더구나 부울경과 대구 경북 간의 영남권 분열로 무용론을 부추기는 수도권 여론도 있었다. 지방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신공항이나 김해공항 확장은 너무나 당연한 현안이 되고 있다. 

당장 신공항도 문제지만 지역의 이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일은 더 급한 사안이다. 그동안 신공항 사업은 정치적 논리에 치우쳐 지자체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선거 때마다 공약사업이 되다 보니 부산은 부산대로 영남권은 영남권대로 유치를 위한 지리한 기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상당 기간 동안 이문제에서 울산은 중립이라는 모호한 스탠스를 취해왔고 그 결과 지금까지 어정쩡한 입장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은 이 문제에 객관적 자료가 무엇이며 울산의 이익은 어디에 있는가에 있다. 이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신공항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공항 확정 후 울산공항의 연계성이나 활로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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