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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결론을 내려 한국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무부의 보고서를 토대로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할 경우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하는 물량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현대차는 직격탄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상무부 보고서 제출 90일 내 조치 결정
지난 14일(현지 시각)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가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결론을 내렸고 1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미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지난해 5월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등을 조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를 받은 뒤 90일 이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쿼터제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산 승용차의 대미 수출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관세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제품 가격을 올리면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판매가 감소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의 '미국 자동차 고관세 부과의 주요국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우리나라는 연간 3조 7,479억 원의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또 철강 사례처럼 고율 관세는 유예받고, 최근 3년 대미 수출량의 70%까지 쿼터를 받을 경우에도 수출 손실 규모는 3조 6,76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수출 절반 국내산 현대차 타격 가장 커
미국이 수입차에 20% 이상 관세를 부과하면 현재 411만 대 수준인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가 400만 대 아래로 추락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2017년 기준으로 미국에 자동차 84만 5,319대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 물량(253만 194대)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큰 자동차 수출 시장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물량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최근 출시한 신차들이 한국에서 생산돼 수출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67만 7,946대 중 32만 7,634대가 한국산 제품이었다. 기아자동차는 미국 판매 차량 58만 9,673대 가운데 26만 8,028대를 한국에서 수출했다. 여기다 지난해 말 출시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올 초 나온 기아차 신형 쏘울은 모두 한국 공장에서 만들어져 올해 미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팰리세이드와 쏘울을 앞세워 미국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는데, 미국의 고율관세 조치가 현실화 될 경우 신차를 출시하기 어려워질 수 밖에 난감해진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또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차를 미국 현지 공장에서 만들기도 어렵다"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을 해외에서 만들려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다, 이미 가동 중인 공장의 생산설비를 조정하는데도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 "日 등 관세부과 대상 낙관은 어려워"
자동차 수출이 감소해 생산이 줄어들면 부품업체 등 전후방 산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아 제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은 한국 제조업 생산의 14%와 고용 12%를 차지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미국이 모든 수입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자동차산업의 무역수지가 최대 98억 달러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면제받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올해 초에는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등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정부 및 유관단체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지난해 9월 직접 미국 정부 관계자를 만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차에 미국이 고율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정부의 주된 타깃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고급차업체나 미국 내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일본 차 업체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국은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수입물량 쿼터를 적용받는 방식으로 고율관세를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유럽과 일본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되는데 한국 차만 피해갈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미국 정부의 관세폭탄 가능성이 '반반'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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