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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이주민들은 우리나라 공업 발전의 격동기 때 실향민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런 부분을 정부나 관에서 헤아려 하다못해 망향비라도 설치해 고향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남구 고사동 김태용 씨의 '이주민 이야기' 중에서)


 울산문화원연합회가 최근 울산의 이주사에 관해 다룬 책 '산업도시 울산의 이주사'를 펴냈다. 이 책은 문화원연합회의 '울산공단 이주사 다큐멘터리영상 및 책 제작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됐다.
 문화원연합회는 이주민들의 이주 당시의 상황과 이주 과정, 이주 후의 생활 등을 구술을 통해 수집해 책 속에 녹여냈다.


 이 책은 울산 역사의 산업사가 이주사와 다름없다고 소개하며,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온산국가산업단지, 댐수몰지역 등 80여명 이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울산의 공단과 공장의 자리는 50여 년 전만 해도 울산 원주민들의 삶터였다. 이곳에 살던 이들은 어느 날 '나라의 일'이라는 이유로 고향의 텃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1970년대 용연동 약도.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1970년대 용연동 약도.

 이 당시에는 일단 공장부지를 선정한 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이주를 통보하는 방식이었다.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도 생략됐고, 보상가 책정, 고향을 떠날 경우 이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일터와 의식주 문제 등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후 수없이 많은 마을이 사라진 자리에 공장이 들어섰고, 주민들은 고향을 내준 채 여기저기 쫓기듯 흩어져 고향 속 실향민의 삶을 살아야만 했다.
 때문에 이주민들의 구술사에는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의 속마음이 감지되기도 한다.


 박기수 울산시문화원연합회장은 "산업도시 울산에 있어 이주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화원연합회에서 이주사를 정리하기로 한 것은 더 이상 이주민들의 지난한 과거사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이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어제를 확인하고 증언을 듣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뒤늦게나마 이 일을 시작했다는 자긍심과 보람을 새삼 느꼈다"며 "산업도시 울산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서는 함께 끌어안고 논의해야 할 숙명적 과제를 공유의 장으로 끌어내 편견 없이 정리 연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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