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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만 있어줘 -글·그림 김귀자

숫자 0

ㅡ 우리도 조금씩 모아
돕기 운동을 하자
숫자들이 모여서
의논을 하였습니다

ㅡ 그래! 그래!
1, 2, 3, 4………
모두들 가진 걸
조금씩 내놓았습니다

끝자리에 앉아있던
0이 말했습니다

ㅡ 미안해
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그러자 친구들이 말했습니다
ㅡ 너 옆에만 있어줘
그럼 10, 20, 30………
얼마나 우리 힘이 커지는데………
 

아동문학가 조영남


그냥 옆에만 있어도 힘이 나는 사람이 있지요. 엄마, 친구, 언니, 오빠. 아무 것도 주지 않아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가진 것이 많다고 나눌 것이 많은 것은 아니지요. 가진 것이 없다고, 나눌 것이 없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옆에 있어만 주어도 힘이 생긴답니다. 0이 혼자 있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누군가 옆에 있어 줄 때 큰 힘을 가지는 것처럼 누군가 옆에 있어 저절로 힘이 날 때가 많답니다.
혼자 있다면 귀찮아서, 입맛이 없어서 식은 밥을 먹거나 빵으로 대충 때울 식사도 옆에 누군가 있으면 정성껏 반찬을 만들고 밥상을 차려 함께 먹게 됩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굳이 도와주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급한 일로 집을 비워서 혼자 집을 볼 때가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늦은 밤까지 돌아오지 않고 산골 겨울밤 칠흑 같은 어둠에 부엉이는 왜 그리도 울던지. 바람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며 옴짝 달싹 못하고 있을 때 옆집에 살던 친구가 사정을 알고 찾아왔습니다. 그 때의 안도감이란, 무쇠팔, 무쇠다리의 마징가제트처럼 큰 힘을 가진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물러났습니다.
나 혼자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지만 내 옆에 남편이 있어 아내가 되고 아이들이 있어 엄마가 됩니다. 그리고 가족이 되어 서로의 힘이 되어 줍니다. 오늘도 그들이 내 옆에 있어 행복합니다.
 아동문학가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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