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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울산의 곳곳에서 달집을 태우는 정월 대보름 행사가 열렸다. 정월 대보름은 우리 세시풍속에서 설날만큼 비중이 크다. 과거에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를 설로 인식해 그 기간 동안 집안 어른이나 친지를 찾아 세배를 올렸다.

요즘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먼 곳의 왕래를 위해 보름이라는 유예기간을 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라니라의 세시풍속 행사는 모두 189건이다. 그중 정월 한 달이 세배·설빔 등 78건으로서 전체의 거의 절반이 되어, 1년의 세시풍속 중에서 정월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우리 조상들은 처음을 신성시했다. 1월 1일은 1년이 시작하는 날로서 큰 의미를 뒀고 한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은 해와 달의 조화를 생각하는 의미에서 설날과 다르지 않은 비중으로 여겼다.

우리 조상들은 해보다 달을 더 큰 의미로 받아들였다. 농경사회의 특성상 음력의 흐름을 농사와 연관지었다는 측면도 있지만 기울었다가 차오르는 달의 조화를 자연의 순환, 인생의 질곡과 비유하기도 할 만큼 중요시했다. 이 가운데 보름달은 각별한 의미를 가졌다. 정월대보름이 우선 그렇고, 다음의 큰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추석도 보름날이다. 한반도 북부에서는 단오가 큰 명절이기도 하였으나, 중부 이남에서는 7월 보름인 백중보다도 비중이 작았다.

중부 이남에서는 단오를 그렇게 큰 명절로는 여기지 않았다. 씨름판이나 그네, 또는 백중 장(場) 같은 세시풍속 행사들이 단오보다는 7월 보름에 성하였다. 그것은 단오 때는 1년 농사 중 제일 큰일의 하나인 모내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바쁜 때이고, 백중 때는 김매기도 다 끝나고 가을 추수만을 남긴 한가한 시기라는 농사 관계와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결과이다.

대보름날의 뜻을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면에서 보면, 달은 곧 여성이고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었다. 달의 상징구조는 여성·출산력·물·식물들과 연결된다. 그리고 여신은 대지와 결합되며,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서의 출산력을 가진다. 그래서 첫 보름달이 뜨는 시간에 여신에게 대지의 풍요를 비는 것이 우리 동제의 주류였고 원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날 행해지는 달집 태우기와 쥐불놀이는 농사와 신앙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달집 태우기의 경우 대보름달이 풍요의 상징이고 불은 모든 부정과 사악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이기에 달집을 만들어 불로 형상화한 뒤 이를 태우는 행위를 통해 한해의 풍요와 안식을 기원했다.

무엇보다 질병도 근심도 없는 밝은 새해를 맞는다는 사람들의 꿈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달집 태우기이다. 달집이 탈 때 고루 한꺼번에 잘 타오르면 풍년, 불이 도중에 꺼지면 흉년이 든다고 판단하는 곳도 있다. 쥐불놀이는 과거 농촌에서는 쥐의 피해가 심해 쥐를 박멸하고 논밭의 해충을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들판에 불을 질렀다. 농사를 잘 지으려는 실용적인 측면이 강한 조상들의 지혜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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