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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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신문
  • 승인 2019.02.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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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 북구청장

베트남에 축구 신드롬을 일으킨 박항서 감독. 그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우리나라 한 제약회사의 음료마저 베트남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니 박항서 신드롬이 얼마나 상당한 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베트남 국민들은 박항서 감독에 열광하는 걸까? 파파 리더십, 형님 리더십이 통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필자는 박 감독이 평범한 축구인으로 최선을 다한 것이 베트남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좋은 성적이 뒷받침됐지만 말이다.

공무원 역시 마찬가지다. 공무원으로서 민원 경청과 해결 노력 등 평범한 자기 역할을 수행했을 때 비로소 주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공공 갈등이 해마다 늘고 있는 현재의 공직사회에서 갈등 해결 능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지난해 우리 북구에 접수된 민원은 2만여 건이었고, 복잡 민원은 해마다 늘고 있다. 민원이 더욱 복잡 다양해지는 만큼 과거를 답습하는 방식으로 민원을 처리하는 것은 주민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다.

지난해 강동산하지구 공동주택 주민들이 인근 공장 악취로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환경위생과 직원들은 아침, 저녁으로 현장을 찾아가 악취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주민 대상 설명회를 열고, 공장을 찾아가 악취 저감장치 설치 등을 권유하기도 했다. 필자도 주민 설명회에서 주민들과 머리를 맞댔다.

수년간 주민들을 괴롭혔던 악취 문제는 최근 일단락됐다. 이동식대기측정차량을 이용해 배출기준 초과 항목을 확인하고 정확한 결과를 주민들에게 전달해 행정의 신뢰성을 높였다. 해당 업체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악취제거 촉매제 교체 등 시설 개선도 이끌어 냈다. 사실 이 같은 민원은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언제든지 다시 제기될 수 있고 해결방법 또한 찾기 어려운 민원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현장을 찾고 공장주를 설득하는 과정을 지켜본 주민들이 우리 구청의 노력을 조금은 인정해 준 듯 하다.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신도시 송정지구에서도 수많은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신도시에서 흔히 발생하는 배수로 정비, CCTV 설치, 도로 정비, 학교 신설 문제 등 예상할 수 있는 민원도 많다.

민원을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대비하는 자세가 뒤따라야 한다. 지속적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을 방문 확인해 선제적으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청계천 복원사업 추진 당시 서울시청에서 근무했다. 청계천 복원사업에는 복잡 다양한 민원이 얽혀 있었다. 청계천 복원으로 사라지는 도로로 인한 도심 혼잡 문제, 상권 침체를 우려한 상인들의 반발, 노점상 문제 등 갈등을 극복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서울시는 현장조사를 통한 상권 실태와 예상 민원을 사전에 파악하고 효율적 대응방안을 수립했다.

청계천 홍보관과 동대문종합시장 인근에 현장민원상담실을 운영해 4,200여 회가 넘는 상담을 진행했다. 공무원들은 수시로 현장을 찾았고 면담을 이어갔다. 복원사업 찬반 같은 논리싸움보다는 청계천 상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와 같은 실질적인 논의에 주력했다.

청계천 복원사업의 집단 민원은 성공적 해결 사례로 꼽고 싶다. 필자는 청계천 복원사업 집단 민원 제기부터 해결까지의 전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고, 그 중심에 있었다. 이 후로도 청와대 국민권익비서관으로 퇴직할 때까지 여러 복잡 다양한 민원을 접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결론은 '경청'이다. 최초 민원인의 의견을 잘 들어 주는 것 만으로도 민원의 50%는 해결되는 것이라고 필자는 늘 강조한다.

북구는 새해 조직 개편으로 주민소통실을 신설했다. 주민소통실을 한마디로 말하면 민원을 전담해 처리하는 부서다. 민원 접수부터 부서 지정, 민원처리 확인과 점검, 결과 통보까지 담당하는 주민소통과 민원 해결 전담 기구다. 민원처리시스템을 개선해 민원 응대 미숙에 따른 추가 민원 발생을 막고, 소위 부서간 핑퐁민원을 없애며, 접수 민원에 관한 철저한 이력 관리를 해 나갈 방침이다. 주민소통실이 신설된 지 두달이 다 되어간다. 잘 들을 수 있는 통로는 마련됐다. 주민소통실을 통해 주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주민과 더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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