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현대중공업이 이번 인수성사의 키를 쥐고 있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치기 전부터 거센 내홍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노조가 인수 반대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돌입하면서 암초에 부딪힌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담화문을 내고 이번 인수가 한국조선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선택임을 재차 강조하고, 이를 견제하고 있는 경쟁국들의 승인을 얻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 노조, 인수반대 쟁의행위 찬반투표
현대중공업은 19일 한영석·가삼현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다 함께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되살려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날 담화문은 전날 시작한 대우조선 노조 측의 파업 찬반투표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삼성중공업의 인수 포기로 인수후보자가 됐고 본계약은 내달 8일로 예정돼 있다.

다만 대우조선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 등을 우려해 이번 인수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전날 대우조선 노조는 전체 조합원 5,611명을 대상으로 회사 인수에 반대하기 위한 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20일 대우조선 인수 반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한다.
2018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도 함께 이뤄진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노동조합을 포함한 내부 구성원과도 충분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영석·가삼현 대표이사는 "이번 인수는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반드시 재도약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 아래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이뤄진 선택"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인수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지역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인수 발표 이후, 울산과 거제의 지역경제, 협력업체 미래에 대해, 일부 우려를 표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안다"며 "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해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인수 과정서 일방적 희생 없을 것"
이들은 특히 "인수 목적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 어느 한 쪽을 희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울산, 경남도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각 지역의 협력업체와 부품업체를 발전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선 인수 성공사례를 감안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그룹은 과거 현대삼호중공업을 성공적으로 인수했고, 과거 법정관리에 있던 한라중공업을 인수해 현재 서남권 최대 기업인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재도약시킨 경험이 있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조선을 최고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측의 담화문에는 정작 해외경쟁국들은 이번 인수가 한국조선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을 이미 간파하고 이를 견제하고 있는 만큼, 내부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해외 경쟁국 기업결합 심사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해외 경쟁국들이 한국 조선사 시장 점유율 급등을 우려해 반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만약 다른 나라에서 불허하면 현대중공업이 상대국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결국 합병을 포기해야 한다.

# 경쟁국 심사 앞두고 결속 메시지
실제로 퀄컴은 2018년 8월 네널란드 NXP 반도체를 440억 달러에 인수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유럽연합을 포함한 9개 국가 가운데 8곳에서 인수를 승인받았지만 중국 정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과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1위를 다투는 만큼 이번 인수건에서도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중국 국영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중국선박중공업(CSIC)도 합병을 추진 중이다 보니 중국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표를 던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등과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독보적 기술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우조선해양과 기술적 장점을 합치면 수주가 확대되고 일자리도 늘어나 결국 고용 유지로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이 노조 반발을 조속히 잠재우고 경쟁국들이 내세울 '독과점'이라는 명분에 대응할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