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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물 문제가 의외의 곳에서 활로를 찾았다. 공업용수의 일정 부분을 해수 담수화 사업으로 충당하게 될 전망이다. 부산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해수 담수화 사업을 결국 공업용수로 이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수돗물 공급 문제를 두고 논란만 계속하던 부산 기장군 해수 담수화 사업의 해결점을 찾은 셈이다. 

100%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방향은 울산시에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부산시는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된 물을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내용으로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중공업 등과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 정상화를 위한 협약(MOU)' 체결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토 중인 협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된 하루 4만 5,000t의 물을 고리원자력발전소 냉각수로 1만t, 나머지를 울산 온산공단을 비롯해 원전 주변 지역 산업시설에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만여 t의 공업용수가 온산공단으로 보내지는 것이 실현된다면 엄청난 호재다. 

이와 관련 두산 측이 현재 가동이 중단된 해수 담수 시설을 재가동해 담수를 생산하면 수자원공사가 광역상수도망을 통해 공업용수를 산업단지에 공급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1,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광역상수도망 건설과 적자운영에 따른 시설 운영비 등을 어느 기관에서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부산시 관계자도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서는 가장 큰 문제인 광역상수도망 건설비와 운영비 등에 대해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에 대해 시와 수자원공사가 협의가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수 담수화를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비싼 생산단가"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수 담수화 시설 운영비 절반을 차지하는 전기요금 감면 방안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 서울에서 부산시,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중공업,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은 2009년부터 국비 823억 원, 시비 425억 원, 민자 706억 원 등 모두 1,954억 원을 들여 2014년 완공됐다. 하루 수돗물 4만 5,000t을 생산, 5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고 역삼투압 방식 담수화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고리원전과 11㎞ 떨어진 곳에 있는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은 방사능 오염 논쟁, 시설 소유권 해석, 운영비 갈등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1월 1일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문제는 이번 조치로 울산에 어느 정도의 비용부담과 효율적인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지만 어떻든 간에 해수 담수화의 공업용수 이용은 울산에 던지는 의미가 남다르다. 

몇 해 전 국토부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의뢰해 해수 담수화 관련 용역을 벌인 일이 있다. 그 결과 용역 보고서는 가뭄 및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존 댐과 지표수를 활용하는 용수 공급 방안으로는 한계가 있어 해수 담수화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전국 446곳에 대한 검토를 벌여 생활용수 공급 가능 구역으로 4곳, 공업용수 공급 지역으로 산업단지 10곳 등 총 14곳을 선정했다. 울산은 공업용수 공급지역으로 선정돼 있다. 

당시에는 아쉽게도 울산의 경우 2030년 이후 장기 사업지로 분류됐지만, 사업성이 있는 계획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보고서는 이들 지역의 해수 담수화 사업 규모와 예상 사업비도 추정했다. 하루 10만㎥의 담수를 생산하는 설비를 짓는 데 2,200억 원이 소요되는 규모다. 보고서는 해수 담수화 사업이 그동안 고비용과 낮은 인지도 등의 문제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지만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등으로 대체 수자원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비용이 많이 내려간 데다 기술 수출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토부는 국가 중점 프로젝트인 해수 담수화 플랜트의 시험 단지로 부산을 선정해 담수화 시설을 완공한 것이 지난 2015년이다. 그런데 유치에서 완공에 이르기까지 해수담수화 시설이 원자로 배수구로부터 11㎞에 불과하고 그 물을 기장군 주민들이 마셔야 한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가 완공과 함께 반발이 이어져 가동조차 못 하는 신세가 됐다. 

울산의 경우 식수가 아닌 공업용수여서 민원 우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물 문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 등 문화재와의 연관성도 갖고 있다. 울산시민들이 안정적으로 맑은 물을 공급받고 공업용수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보다 광역화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추진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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