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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졸업을 축하하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어 눈에 들어온다. 졸업을 언제 했더라…꽤 늦게까지 학교를 다녔던 나는 6년 전이 마지막 졸업이였지만 졸업시험을 통과하고 졸업장을 받은 게 전부였다. 그보다 훨씬 더 십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학 졸업식날 학사모도 쓰고 사진도 찍고 지금 2월의 한 장면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하다못해 유치원 내 첫 졸업식도 떠오른다. 꽃다발을 들고 입을 앙 다문채로 웃고있는 사진 한장으로 그때의 장면이 어렴풋 떠오른다. 

이제 내가 졸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물론 분명 다른 것들로 그 엇비슷한 기분을 대신하겠지만 그래도 졸업의 그 기분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왜 간절한 걸까? 단순하게 표현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심정이 졸업이란 것에 담겨있어서 일까? 그 시절로 절대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닌데 생각하면 웃음 지어지는 알 수 없는 묘한 기억들 때문일까 아님 그저 지나간 어린 시절의 추억들 때문일까? '졸업'이라…그냥 미소가 번진다. 

어릴 적 엄마의 낡은 낱장의 피아노 악보 중 겉표지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손을 잡은 채 뛰어가는 장면이 실린 악보가 있었는데 1967년 개봉한 <졸업>이란 영화의 OST 중 <스카브로의 추억: Scaborough Fair>을 피아노로 칠 수 있도록 편곡된 곡이었다. 노래가 좋다 생각하고 그냥 졸업을 해서 결혼하나 보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지금까지도 아무런 의심 없이 그런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몇 시간 전 찾아보고는 '아…' 조금 다른 내용임을 알고 살짝 당황했다.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인 남자 주인공이 신부를 교회에서 데리고 나오는 부분은 맞았다. 단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있던 부분만 빼고 말이다. 그렇게 여자의 손을 잡고 데리고 나와 둘은 무작정 뛰어 지나가던 버스를 잡아타고 버스의 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서 둘 다 숨을 몰아쉬며 아무 말 없이 바라보며 웃지만 마냥 행복하게 웃지 않고 묘하게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과 불안한 시선을 보여준 채 영화는 끝이 난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노래가 바로 <침묵의 소리:the sound of silence> 란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and Garfunkel)'이 부른 노래인데 제목은 모르더라도 들어보면 어디선가 들어 본 노래일 것이다. 이 남자 주인공의 마지막 표정이 그냥 졸업이란 단어하고 너무 잘 들어맞는 것만 같아서 움찔했다.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럽지만 불확실함과 불안함에 두렵기도 한 그런 것 말이다. 

옛날 영화를 찾아보고 옛노래를 듣다 보니 절로 유명한 영화음악이 떠오르며 옛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학창시절 첫사랑을 그린 '소피 마르소' 주연인 1980년 작 <라붐>의 ost 중 <리얼리티:reality> 는 시끄러운 디스코 음악에 맞추어 정신없이 춤추는 사람들 틈 속에서 한 남학생이 그녀에게 헤드폰을 씌어주는 그 장면 속 들려오던 노래라 하면 기억날 거라 생각한다.  소피마르소 주연의 또 다른 영화 1988년작 <유 콜 잇 러브> 의 원제는 'the student:학생'이라는데 영화보다 노래가 먼저 유명해져서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제목도 그렇게 붙혀 상영했다고 한다. 내가 사춘기 시절 들었던 노래라 그런가 '유 콜 잇 러~브' 하고 노래가 시작되면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설렘이 여전히 들어있다.  

또 다른 영화의 ost <To sir with love> 제목처럼 노래 내용도 졸업하면서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다. 노래는 유명해 알고 있었지만 1967년 작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라는 영화 속 음악인지는 몰랐다. '책을 덮어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눈에 익었던 것들과도  작별을 해야만 하겠죠. 졸업하면 옳고 그른 것을 내게 가르쳐주고 많은 배움을 줌으로써 강하게 성장시켜주었던 나의 친한 친구와도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아요'란 가사가 눈에도 마음에도 들어왔다. 

2월의 졸업식 덕분에 잠깐 추억의 음악들을 생각해냈다.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2월이 끝나기 전에 추억의 영화들을 찾아서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The way we were' 직역하면 '우리가 있었던 그 길' 인데 이 말이 너무 좋았다. 1973년 작 <추억>이란 영화인데 유학 시절 긴긴 연휴에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이 혼자 몇 날 며칠 방에만 있어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보게 된 영화였다. 지금도 여주인공 바바라 스트라이샌드가 부른 'the way we were'은 너무도 좋다. 지나고 보니 그때도 좋았고 그 영화도 그 노래도 다 좋았다.  

내일의 설렘에 기쁘게 졸업하는 이들도 내일의 불안에 무겁게 졸업하는 이들도 모두에게 먼 훗날 오늘의 졸업을 추억하며 환하게 웃는 더 나은 날들이 꼭 오기를! 

졸업생과 함께한 모든 부모님들 그리고 선생님들 모두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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