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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가 사측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벌인 찬반 투표가 가결됐지만 투쟁 동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 파업 찬성률이 겨우 과반을 넘긴 수준인데다, 노조 내부에서도 오히려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이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노조는 지난 20일 대우조선해양 인수 반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전체조합원 1만438명 가운데 과반이 조금 넘는 5,384명(51.58%)이 찬성해 겨우 가결됐다.

투표 이전에 사측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투쟁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상황이어서 구조조정 여파가 덜하고 인수가 오히려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때문에 노조 집행부가 인수설이 터진 다음 날로 예정됐던 지난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를 잠정 연기했을 때도 현장에서는 반발 기류가 만만치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투쟁동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의원 선거가 28일까지 예정돼 있는데 사측의 대우조선 인수 계약일은 3월 8일로 시간이 많지 않다. 

반면 대우조선 노조가 같은 사안을 두고 벌인 쟁위행위 찬반 투표에서는 92.16%의 높은 찬성률이 나왔다. 대우조선 노조의 경우 인수당하는 쪽인 만큼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돼 높은 파업 찬성률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두 노조는 이미 앞서 공동투쟁을 연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려움이 많다. 당분간 대우조선 노조가 단독 투쟁을 벌이면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지원 사격을 기다리겠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의원 선거 때문에 곧바로 투쟁 전선에 뛰어들 여유가 없다. 대우조선 노조 집행부는 21일 산업은행 본점을 방문해 항의 집회를 벌였고, 오는 27일 또 다시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지역의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연대 파업이나 집회를 벌일 수 있는 시간은 대의원 선거를 끝내고 일주일 가량 뿐"이라며 "파업 찬성률이 낮은 만큼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도가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이며, 이 때문에 노조 집행부가 파업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지혁기자 us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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