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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도 블랙리스트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됐다. 검찰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출국 금지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김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등을 내보내기 위한 환경부의 표적 감사에 관여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문건과 환경부 전·현직 관계자 등의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를 압수수색해 '장관 보고용 폴더' 등을 확보했다. 또 삭제된 파일을 복구해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 등을 발견했다. 일부 문건에는 한국환경공단 임원 등의 개인 비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말 김 전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그를 소환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다시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청와대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블랙리스트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요주의 인물 명부'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이 말이 사회적 의미로 통용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의 노동조합은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사업소에 노동조합을 조직할 때 조합의 전임 조직책을 파견했다. 조직책은 대상 사업소에 취직해 내부에서 조직하거나, 대상 사업소 종업원과의 접촉을 통해 외부로부터 조직화하는 방법으로 조합을 조직한다.

이와 같은 노동조합의 조직 활동에 대항하여 사용자는 조합 조직책의 인물명부 작성을 흥신소 등에 의뢰하고 그 명부를 이용하여 조직화에 대응하였는데, 이 인물 명부가 블랙리스트이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의 어원은 따로 있다. 블랙리스트는 1660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찰스 2세는 청교도 혁명으로 아버지 찰스 1세를 사형시킨 크롬웰 등의 명단을 만들어 사형-종신형에 처하고 크롬웰을 부관참시하였다. 명단에 죽음을 뜻하는 검은 색 커버를 씌웠다고 해서 블랙리스트로 불렸다.

우리나라는 1978년 동일방직 오물 투척 사건 이후 노동계 블랙리스트가 논란이 됐고, 1991년 한 기업 전산실에서 노동운동가, 학생 등 8,000명의 블랙리스트가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시절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탄압을 위해 블랙리스트가 존재했고 이를 정권이 이용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파장을 낳았다.

폭로의 당사자는 현재 문체부 장관인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다. 도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폭로했다. 이 블랙리스트는 청와대가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로 내려보낸 것으로, 세월호 시국 선언에 참여한 문화예술인과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예술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던 예술인 등 모두 9,473명이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민주당에서도 또다른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폭로가 이어져 진위 여부를 떠나 정권과 블랙리스트는 질긴 악연을 가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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