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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가 청소년 정책에 당사자인 청소년의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려고 했던 청소년의회가 학부모단체의 반대에 밀려 조례 제정이 연기되면서 구성도 불투명해졌다.
울산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이미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소관 상임위인 의회운영위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못해 지난 22일 폐회한 제202회 임시회 처리는 무산됐다고 24일 밝혔다.

시의회는 지난달 31일 운영위를 열어 조례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학부모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고 보류한데 이어 지난 19일 다시 운영위에서 조례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회의를 열지 못하고 심사 보류했다.
운영위의 조례안 심사 보류 결정은 어른들의 정치판에 아이들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학부모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다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총투표를 거쳐 모의 의회 수준을 넘어선 법적 근거를 가진 청소년의회를 만드는데 대한 부정적 여론을 고려한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운영위 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안도영 위원장을 비롯해 김선미·서휘웅·이시우 의원과 자유한국당 소속 김종섭 의원 간 입장차는 물론 여당 의원들의 이견 등 내부의 찬반 입장이 조율되지 않은 것도 조례안 처리 무산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운영위 관계자는 "조례안에 대한 추가 검토나 보완이 필요해 심사하지 않았다"며 "상임위에서 심사하지 않았지만, 조례안 제정을 포기하거나 발의를 철회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지역 여론의 변화 등 여건을 고려해 다음 임시회에서의 처리 가능성을 남겨둔 셈이다.

하지만 애초 조례안 발의에 동참했던 여야 의원들이 찬성 서명을 철회하는 등 의원들의 이탈로 다음 임시회에서의 처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미영 의원이의 대표 발의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손근호·황세영·윤덕권 장윤호 의원 등 4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고, 여기에 자유한국당 윤정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손종학 의원이 찬성 서명했었다.
그러나 이 조례안을 둘러싼 반대 의견과 잡음이 이어지자 윤덕권·장윤호 의원이 일부 조항에 의견을 달리한다며 발의자 명단에서 빠졌고, 윤정록·손종학 의원은 찬성 서명을 철회한 상태다.
학부모단체 회원들은 이 조례안이 첫 발의된 시점부터 시의회를 찾아 끈질기게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을 정치판에 끌어들이는 청소년의회 조례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생인 아이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입장이다.
한편, 청소년의회 조례안은 울산에 주소가 있고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만 12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이 주체가 돼 청소년의 정치적 참정권과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울산시의회 운영방식과 유사하게 진행하는 의회를 만드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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