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의회가 의원들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높이고, 신뢰 회복을 위해 외부통제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올 연 초에 내놓은 혁신안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매번 반복되는 의정비 셀프 인상에 따른 논란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의정비 결정 위임 조례'는 없던 일로 남게 됐고,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를 방지하기 위한 '의원 공무국외활동 조례' 제정은 다른 시·도의 눈치를 살피며 미루고 있다.
또 시의회 자정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설화하기로 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 체제를 꾸려지면서 징계심사의 공정성 확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울산시의회가 올해 의회운영계획 최우선 순위에 올린 5개 혁신안의 추진 상황을 점검한 결과, 외부통제 확대를 위한 '의정비 심의위원회 결정 위임 조례' 제정은 사실상 접었고, '의원 공무국외활동 조례' 제정은 전국 시·도의회가 수위를 맞추면서 외유성 해외연수 근절이라는 애초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의정비 결정 위임 조례의 경우, 매 4년마다 이뤄지는 의정비 결정과정에 시의원의 의견 반영을 배제해 인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제정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법률이 정한 범위'을 넘지 못하는 조례 제정의 한계로 인해 이 조례는 사실상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지방자치법 시행령의 의정비 조항(제33조)에는 '의정비심의원회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능력 등을 고려해 결정한 금액 이내에서 조례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별도의 조례 제정은 상위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결국 혁신안을 마련하면서 상위법 저촉 여부도 검토하지 않고 졸속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이와 함께 매번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를 걸러내려는 의지도 후퇴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초 의원국외여행 심사위원회의 위원 전원을 민간인으로 구성해 사전심사를 강화하겠다며 현재 규정으로 운영 중인 국외연수 심사 근거를 조례로 제정해 시민의 알권리 충족과 연수의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었다.
하지만 혁신안 발표 한 달도 않돼 이러한 방침을 슬그머니 접고,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든 뒤 이를 바탕으로 해외연수 조례 제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게다가 윤리특위 상설화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31일 의회운영위를 통과한 특위 구성 결의안을 토대로 지난 22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구성을 마쳤지만, 특위 위원 9명 중 야당인 한국당은 2명에 불과하고, 여당인 민주당이 7명을 차지하는 독주체제를 갖췄다.
민주당이 원내 수적 우위를 내세운 결과인데, 의원의 윤리문제와 징계 수위를 다루는 특위를 여당이 장악하면서 편향된 심사가 이뤄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며 벌써부터 윤리특위 구성의 진정성에 의심의 시선이 꽂힌다.

아울러 시의회는 의원들의 청렴성을 높이기 위해 '청탁받지도 않고, 청탁하지도 않는 의회 실천서약'을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않고 올 상반기 중에는 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루는 눈치다.

시의회는 이밖에도 시민 눈높이에 맞는 의회상을 세우고, 의원 겸직과 윤리 문제 등을 자문할 '의원 행동강령운영 자문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위원 9명 전원을 시민참여형으로 물색 중인데, 앞으로 구성될 자문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인물로 채워질지가 관건이다.
 최성환기자 csh@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