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끄는데 기여한 최고 치적을 제시하라면 댐을 만들고, 고속도로를 뚫고, 철판을 만드는 제철소를 세운 일이었다. 산업활동을 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것이 용수와 원자재 확보다. 그 다음이 물류다. 박 전 대통령은 조국근대화를 선포하면서 제일 먼저 착수한 것이 바로 이들 3대 사업이다. 포항제철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자동차산업과 중공업은 엄두를 내지 못했을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소중한 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IMF가 터지기 무섭게 국민기업이라 할 회사들을 외국계 자본에 팔아넘기는데 앞장섰다. 눈앞의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변하겠지만, 이는 최대 실정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그 여파가 우리 산업계에 미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손으로, 그것도 애정과 눈물로 만들어놓은 포항제철이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외국인 주식보유 비율이 내국인의 주식보유를 상회하고 있다 보니 모든 것을 국익(國益)이 아닌 영업이익에 맞춰 결정하고 있는 판이다. 중공업 등에서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후판을 국민기업 포철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 경제성과 수익성이 보다 높은 제품생산을 늘이고 있다. 이윤창출이 목적인 기업으로서 당연한 의사결정일 수 있겠지만 국민세금으로 세운 포철이 택할 경영목표가 되어서 안 된다는 국민적 정서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국내 제반 사업의 경기부양에 절대적이면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포철을 '국민기업'이란 이름까지 붙여주며 키운 국민의 믿음이고 기대치다. 그러나 오늘의 포철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이를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권이 '애국국민'의 손에 있지 않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계가 사상유례가 없는 대호황을 맞고 있으면서 후판 등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허덕이게 된 모든 것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포철이 현재 마음만 먹는다면 후판의 국내 수요량은 맞추고도 남는다. 원자재 수급난과 원가상승은 적기 공급을 어렵게 하고, 결국 우리의 대외 조선수주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특히 대형조선업체들이 아닌 1· 2차 협력업체들과 영세 조선업체들에게는 치명적인 악재가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인건비와 부지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 원자재난은 3중고가 아닐 수 없다. 조선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포철을 대신할 제2의 제철소를 대망하고 있다. 주문을 받고도 자재가 없어, 또는 수지를 맞출 수 없어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만큼 막아야 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