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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법  - 글 김준현·그림 차상미

장미 봉숭아 수박 자두, 이름 뒤에 '씨'를 붙이면 장미씨 봉숭아씨 수박씨 자두씨가 되어요. 이름 뒤에 씨를 붙이면 씨앗들은 온몸이 간질거리나 봐요. 간지러워서 꿈틀거리는 것은 씨앗들이 싹을 틔우기 위한 몸부림이었군요. 땅 속 씨앗들이 꽃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들을 상상해볼까요.



사람은 어른한테만 씨를 붙이는데
열매랑 꽃은 어릴 때만 씨를 붙여 줘요

이불을 덮어 주는 것처럼 흙을 덮어 주고는
그만 까먹어 버린

장미씨
봉숭아씨
수박씨
자두씨

이름 뒤에 씨를 붙이면
누가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것처럼 간지러워서
꿈틀꿈틀 긴 몸부림 끝에
떡잎 두 장을 날개처럼 펴고는
나 여기 있다고
나 좀 보라고
아무도 봐 주지 않아도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다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어른이 되고 있다고

-김준현 동시집 『나는 법』 중에서
 

아동문학가 장그래
아동문학가 장그래

장미씨! 봉숭아씨! 수박씨! 자두씨! '씨'를 붙여 부르는 씨앗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땅속 씨앗들의 움직임이 보이나요? 땅속에서 잠자던 씨앗들을 깨우는 김준현 시인이 바로 봄의 요정이었군요.
씨를 붙여 부르는 이름을 듣기만 해도 씨앗들은 간질간질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요. 아직은 어른이 되지 못한 씨앗들이 '씨'를 붙여 불리는 것이 어색해서였을까요. 반쯤 뜬 눈으로 꿈틀꿈틀 거리다가 키득키득 웃다가 기지개 한 번 켜고 긴 몸부림 끝에 새싹을 틔워요. 떡잎 두 장을 날개처럼 펴고 여기 좀 봐달라고 아무도 봐 주지 않아도 조금씩 조금씩 어른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나요? 씨앗들의 어른이 되어가는 소리를 들으셨나요?
봄이 오는 길목에서 추위와 씨름하며 봄을 준비하는 씨앗들의 힘겨운 노력을 살짝 엿볼 수 있었지요. 이제 곧 3월입니다. 새봄이 오고 새 학년이 되고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아이들도 기지개를 켜고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새 학기엔 한 뼘씩 더 자란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이번 봄에는 아이들의 이름에도 '씨'를 붙여 불러보면 어떨까요. 아동문학가 장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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