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寒鴉)·당아(唐鴉)로 부르는 떼까마귀
한아(寒鴉)·당아(唐鴉)로 부르는 떼까마귀
  • 울산신문
  • 승인 2019.02.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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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2월 울산, 겨울철새 떼까마귀 약 10만 마리가 5개월째 겨울을 보내고 있다. 

태화강 중류 삼호동 넓은 삼호대숲 상공에서는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하늘 특별한 자연현상이 반복된다. 떼까마귀와 갈까마귀가 펼치는 군무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하얀 접시에 캐비아를 가득 담은 듯하며, 오디가 넓은 마당을 도배한듯하여'오(烏)!, 오(烏)!, 오(烏)!'까마귀를 부르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온다. 

아침의 여명(黎明)과 황혼(黃昏)의 저녁이 곁들어지는 떼까마귀 군무는 초원에 흩어진 염소 똥을 본 듯, 겨울 끝자락에 매달려있는 고욤을 본 듯 환상적이다. 흑용의 비늘같은 떼까마귀 무리의 단체 행동은 생존전략이라는 자연과학적 전문용어보다 인문학적 군무라는 표현이 친근감을 더한다. 오(烏)·자아(慈鴉)·효조(孝鳥)·노아(老鴉)·오아(烏鴉)·떼까마귀·갈까마귀 등 여럿 이름 중에 한아(寒鴉)와 당아(唐鴉)로 부르기도한다. 

한아는 겨울철에 찾아오는 떼까마귀를 일컫는 말이며, 당아는 당나라 까마귀라는 의미이다. 박문수(1691∼1756)는 어떤 동자(童子)가 알려준 시제(詩題) '낙조(落潮)' 로 장원급제되었다는 설화가 전한다. 내용에 "긴 띠의 한아(寒鴉)가 흰 구름 사이로 사라진다(寒鴉尺盡白雲間)"고 표현된 한아가 등장한다. 

중국 원(元)나라 때 농서(農書)인<왕정농서(王禎農書(1313)〉에"밀을 파종할 때는 작맥(雀麥:귀리)과 풀씨를 골라내고 키질하여 쭉정이를 버려야 한다. 9∼10월에 파종하는데 그 방법은 보리와 같다. 만약 너무 지체하면 한아(寒鴉:갈까마귀)에게 먹히고, 싹이 드물게 나와서 수확도 적어진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보리를 늦게 파종하면 싹이 트지 않아 떼까마귀의 좋은 먹이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이(1536∼1584)의 시 화석정(花石亭)에도 한아가 등장한다. "까마귀는 추운 날에 어디 가는고! 저무는 구름 속으로 그 우는 소리 끊이는구나(寒鴉何處去聲斷暮雲中)"라고 하여 한아는 겨울 철새임을 알 수 있다.

"당아새와 고슴도치가 그 땅을 차지하며 부엉이와 까마귀가 거기에 살 것이라…"(사34:11)
"각종 짐승이 그 가운데에 떼로 누울 것이며 당아와 고슴도치가 그 기둥 꼭대기에 깃들이고 그것들이 창에서 울 것이며……."(습2:14) 

중국, 몽골, 러시아 등 북쪽에서 서식하는 떼까마귀 무리가 우리나라로 날아들면 한아가 되며, 서아시아쪽으로 날아가면 당아로 지칭되었음을 옛날 서적과 성경의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성경에 기록된 당아새 혹은 당아는 떼까마귀를 말한다. 

까마귀는 검은 색 깃털로 인해 하얀 깃의 백로와 서로 맞대어 부정적 표현으로 대표되지만 태양의 상징 삼족오(三足烏), 자비로운 새 자오(慈烏) 등 긍정적 묘사로 부각되는 새이다.

까마귀는 민속에서 정월대보름의 중심 새이다. 정월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 정하여 까마귀에게 찰밥을 대접하는 날로 정한 연유도 위급함을 지혜로 사전에 알려 깔끔하게 해결한 보답이다. 이는 성경에서 까마귀를 지혜로운 새라는 의미로 레이븐(Raven)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신라의 까마귀 날, 고려의 연등, 현재의 달집살이 등의 공통점 역시 지혜의 상징 및 지혜증장의식 행사이다. 까마귀에게 찰밥을 줌으로, 연등을 밝힘으로, 달집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것은 모두 무명을 벗어나 지혜증장의 상징인 것이다. 밝음은 곧 어리석은 중생을 깨우치는 지혜의 불빛으로 새중에서 까마귀가 선택됐다. 새해 밝음을 이어 보름달의 밝음까지 이어져 해(日)와 달(月)이 함께한 대명(大明)에 울산의 찾는 떼까마귀가 중심인 것이다. 민속에서 까마귀는 태양, 낮, 양(陽) 등으로 상징하며, 태양을 삼족오(三足烏)라 부르는 이유이다.

태양속의 흑반점을 바탕으로 생각한 것이다. 떼까마귀는 월동을 위해 수천 킬로를 날아 이동한다. 건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동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대상으로 충분하다. 떼까마귀가 무려 십 만 마리가되니 풍요의 기원 대상감이다.  

떼까마귀의 일상은 해뜨기전 새벽같이 일어나며, 해지고 어둠이 서서히 젖어들면 비로소 집으로 돌아오니 부지런한 가장(家長)이며, 믿음직한 현실의 아버지의 모습이다. 

지난 19일 기해년 정월대보름, 서울에서 찾아온 떼까마귀 중심 체험단 28명(인솔 박미영)이 울산에서 의미 있는 새해 기원행사를 가졌다. 일행은 정월대보름에 일정을 맞춰 18일 저녁과 정월대보름날 이른 아침에 떼까마귀 군무를 관찰하면서 한 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했다. 올해는 정월대보름이 우수(雨水) 절기와 겹쳐 봄비(28.7㎜)까지 내려 의미를 더했다. 

우중에 떼까마귀 무리의 이소(離巢)를 향해 한해의 소원을 빌고, 저녁에는 귀소(歸巢)시간에 맞춰 또 한번 올해의 안녕을 기원했다. 

떼까마귀에게 한해와 올해의 무사를 기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오직 울산에서만 볼수있는 시대(時代) 시의성(時宜性)으로 처음으로 생성된 것에 의미를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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