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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가 정말 싫을 때가 있었다. 학창시절 학교에 손님이 온다며 전날부터 쓸고 닦기를 반복했던 기억, 군 복무 시절에도 높은 분 방문 한 달 전부터 부지런히 해야 했던 청소였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내가 생활하는 공간을 청소하는 일은 당연한 거였는데, 그 땐 참 청소가 싫었다.

얼마 전 주말 오전 아이와 함께 동네 산책을 했다. 골목 후미진 곳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가득한 비닐봉투가 있었고, 버스정류장 근처나 벤치에는 맥주와 음료수 캔, 일회용 커피잔 등이 널려 있었다. 바닥의 담배꽁초와 침은 지난 밤 이 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여주는 듯 했다. 마구 버려진 쓰레기를 한쪽으로 모았다.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부끄러웠다.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일은 모두가 아주 어릴 적부터 배우고 체득하는 것이지만 실천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은가 보다.

북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 환경정비에 참여하는 '마을골목 깔끔이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쓰레기 불법투기를 단속하기 위해 CCTV, 이동식카메라와 스마트빔, 손바닥정원 등을 설치했다. 단속을 병행하는 이런 대로변은 정비가 비교적 쉽지만 환경미화원 손이 닿지 않는 이면도로 청소에는 자원봉사의 손길이 절실했다.

환경미화원의 손이 닿지 않는 이면도로와 후미진 골목 등의 청소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마을골목 깔끔이'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처음 시작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과연 주민들이 청소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줄까라는 우려가 앞섰다. 우려와 달리 지난해 16개 단체가 참여했다. 1년 동안 3,000여 명이 넘는 사람이 환경정비 200여 회에 동참했다. 생활쓰레기 12톤을 수거해 골목 환경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또 주변 생활환경 문제에 주민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빠 엄마와 함께 이른 아침 눈을 비비고 일어나 마을 골목을 청소하는 아이들, 노랑·초록 조끼를 입고 땀을 훔치며 쓰레기를 주워 담는 봉사단체 회원들, 예배 후 신도들과 청소봉사를 하는 종교단체 사람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땀 흘려가며 즐겁게 청소에 함께 했다. 지난해 말 마을골목 깔끔이 봉사단 성과보고회를 열고 6개 우수단체 사례를 공유했다. 매곡환경정화회, 무사모, 농소2동 새마을회, 북구환경정화회, 중리마을 환경봉사단, 성내마을 환경지킴이 봉사단 등 6개 단체에는 표창도 주어졌다.

매곡환경정화회는 매곡동 온누리공원과 매곡천 일대 쓰레기 불법투기 예방 홍보 캠페인을 월 1회 꾸준히 실시해 주민과 학생들의 동참을 이끌어 냈다. 실제로 매곡환경정화회의 활동 기간 불법 투기가 감소하기도 했다. '무지개아파트를 사랑하는 모임'인 '무사모'는 매곡천 주변 체육 시설물과 휴게시설 등 주민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물에 대한 정비와 주변 환경정화활동을 실시했다.

농소2동 새마을회는 마을골목 깔끔이 활동은 물론 하천 가꾸기, 계절별 초화류 식재, 행락철 피서지 쓰레기 대청소 등에 솔선수범 참여해 마을을 생기 있게 가꾸는 데 최선을 다했다. 북구환경정화회는 회원뿐만 아니라 참여 학생을 대상으로 쓰레기 줄이기 등 환경교육도 실시해 환경 보존의식 고취와 건전한 시민의식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

성내마을 환경지킴이 봉사단은 도로변 상가 앞 청결 상태를 매주 모니터링하고  청소 상태가 양호한 곳을 매월 선정해 업주에게 종량제봉투를 제공하는 등 주민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호평을 얻었다. 염포동 중리환경봉사단은 매월 1회 환경개선을 위한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호소하는 캠페인을 펼쳐 주민의식 개선에 보탬이 됐다.

북구는 올해도 지역 여러 단체와 마을골목 깔끔이 사업을 추진한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교·자생단체, 동호회 등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단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올해도 많은 단체가 참여해 주기를 바라며 더불어 주민 의식도 개선돼 불법투기나 쓰레기 무단배출 등도 사라지기를 바란다. 청소를 하며 행복해하는 사람들 얼굴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모두가 도시의 주인임을 잊지 않고 깨끗한 환경 만들기에 동참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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