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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앞두고 발생한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는 행정과 일부 상인들의 지리멸멸한 시간 끌기가 낳은 참사였다. 화재는 처음도 아니었다. 겨울철이면 언제나 한두 번의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도 불이 났다. 

화재 등 안전 문제에 취약한 구조 때문에 시장 상인들은 이미 시장 시설 노후화에 대한 시설 보수를 울산시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지난해 2월에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중·도매인과 소매상인, 관련업 종사자 등 800여 명으로 구성된 '(가칭)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발전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발전협의회는 20년 동안 방치된 농수산물도매시장이 낙후돼 영업 경쟁력을 잃고 있고 노후된 시설로 인해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화재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또 다른 대형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게 된다. 이전이든 재건축이든 분명한 답을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 울산시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을 이전할 것인지, 재건축할 것인지를 결정짓고 시장 종사자 간 합의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은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추진위원회'가 위원 위촉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위원장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맡았고, 당연직 위원은 일자리경제국장 등 3명, 위촉위원은 유통·물류·도시계획 등 관련 분야 전문가 8명, 유통종사자 7명, 시민대표·생산자 등 7명 등 총 26명으로 구성됐다. 추진위는 앞으로 활동을 통해 국비 공모사업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신청 및 추진 방향을 정한다. 

특히 도매시장 이전 또는 재건축 등 시설현대화 방안에 대한 종사자 간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11년부터 현재까지 시설현대화사업 추진과정 및 울산발전연구원의 시설현대화사업 연구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 최적 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설현대화사업 연구용역도 11월까지 병행 추진하고 공청회 등 시민 의견수렴을 통해 사업추진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바탕으로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 국비 공모사업에 사업추진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1990년 개장한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은 시설 노후화와 부실한 관리·보수, 저온저장시설 부족, 비효율적 주차관리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2011년부터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이전과 재건축을 놓고 상인들 간 의견대립이 생겨 사업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우 이전이든 재건축이든 더 이상 탁상공론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울산시는 이미 올초부터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올해 안에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더 급하게 됐다. 울산시는 이전이나 재건축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종사자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추진위를 구성해 기본 방향을 정하고 2020년에는 정부 공모사업을 신청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안이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용역이 처음이 아닌데도 자꾸만 용역에 의존하는 태도에 있다. 이미 결론이 난 상태인 이전 문제를 더 이상 시간 끌기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방침이 도매시장에 대한 지원축소로 정해지면서 공모 사업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부분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한다. 

이미 송철호 울산시장은 울산의 해묵은 민원 중의 하나인 농수산물 도매시장 현대화 또는 이전과 관련해 2020년 상반기 농림축산식품부에 시설현대화사업을 위한 국비 공모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추진 일정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면 수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행 중인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방안 정책과제 결과를 토대로 시설현대화사업 추진위원회를 내실 있게 운영해 유통 종사자 간 합의 도출을 끌어낸다는 계획도 조속한 결론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연구용역으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울산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경우 이미 시설 노후화가 한계에 달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농수산물 수용 능력 부족, 주차난, 도심 교통체증 유발 등으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화재 사고에서도 드러났지만 시간을 끌면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도매시장의 현실이다.

물론 울산시는 이 문제와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추진위가 구성됐지만 절차에 매달리다 보면 또다시 시간 끌기로 허송세월을 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정부의 공모사업 자체가 사라지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 농수산물시장 이전 문제는 또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절차 때문에 겨울철마다 대형화재에 가슴을 졸이는 일이 반복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문제를 풀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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