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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시인의 '초록 토끼를 만났다'는 초록 토끼가 무엇일까요?
봄? 넓은 대지? 아니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험의 세계로 안내하는 토끼일까요? '동화적 상상력'이 현실과 우리 삶을 들여다보는 유효한 창(窓)이라고 말하는 시인은 호기심 많은 까만 눈동자와 작고 뾰족한 부리를 가진 병아리들처럼, 이 세상의 궁금한 것을 콕콕 집어 동시로 옮겨 쓰고 싶다고 합니다. 초록 토끼가 무엇인지 모호함을 만들어 놓고선 독자들에게 동화적 상상에 빠지게 하는 시인, 초록 토끼를 따라 한번 가 볼까요?

# 초록 토끼를 만났다

초록 토끼를 만났다
거짓말이 아니다
너한테만 얘기하는 건데
전에 난 초록 호랑이도 만난 적 있다니까

난 늘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을 기다렸어

'초록 토끼를 만났다'고
또박또박 써 본다
내 비밀을 기억해 둬야 하니까
그게 나에게 힘이 되니까

초록 토끼 대신 '꿈', '거짓말', '사랑'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봐도 모두 말이 되고 시가 됩니다.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을 기다려 온 아이는 시인이었을까요? 분명 초록 토끼라고 쓰여 있는데 내가 넣고 싶은 단어로 바꾸어도 말이 되고 시가 됩니다. 시인은 이미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을 만난 듯합니다. 한 번쯤 경험했거나 꿈을 꾼 신기한 세상, 과거로부터의 회상인 것 같기도 하고 미래의 다짐인 것 같기도 한 이 시는, 초록 토끼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가까이에서 또는 내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초록 토끼를 불러내어서 이야기를 한번 해 보면 어떨까요? 아주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지요.

# 눈사람

골목길 공터에서
잃어버린 눈나라를
찾으러 온
하얀 독립군 눈사람을 보았어요

골목마다 눈이 펄펄 내려
다시 찾은 눈나라에서

독립군처럼
나도 신이 나서
만세! 불렀어요
 

아동문학가 권도형
아동문학가 권도형

'만세, 만세, 만세' 두 팔 올려 만세를 크게 한 번만 외쳐도 자유로운 해방감이 느껴집니다.
다시 찾은 눈나라에서 가슴을 키우게 하는 시인은 독립군을 지원하는 분이 맞겠죠? 올 해는 1919년 3월 1일 '대한독립만세' 거사가 있었던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00의 숫자가 크게 다가오는 것도 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겠죠?
일제치하의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해방의 봄을 염원하는 민족적 외침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것만 보아도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한 선열들의 몸부림과 만세 소리가 귓가에 먹먹히 들려옵니다.
"만세, 우리모두 만세"
아동문학가 권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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