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무게
처음의 무게
  • 울산신문
  • 승인 2019.03.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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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진 중구청 안전도시국 건설과 주무관

처음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시작의 설렘으로, 누군가에게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처음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준비할 때 불합격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합격이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공부에만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 무섭게 조여 왔다.

그래도 합격하게 되었고 공무원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으로 맡은 업무는 건설과 치수계 업무였다. 주된 업무는 공공하수관의 오수 역류나 막힘으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는 시민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맨홀을 열어 확인하고 보이지 않는 땅속 오수관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디가 문제인지를 알아내야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은 업무였다. 그리고 하수도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엮여 있다. 일상생활의 불편에서 생업까지 연결된 문제이다. 

하지만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 항상 조심스럽고 100% 완벽한 답변을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안타깝고 나 자신에게 답답할 때가 많았다. 아직 처음이기에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더디게 업무가 늘고 있는 거 같아 지금 더 노력하고 옆에서 선배들이 하는 부분을 유심히 지켜보고 배워나가야 한다.

아직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간을 출근하며 내가 맡은 일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오히려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가치관과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됐다. 공직 자세로 성실, 친절공정, 청렴 등이 있지만 그중 정말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힘들고 불편한 시민을 도와드렸을 때 오는 감사 인사와 따뜻한 손길이 뿌듯함과 직업에 대한 감사함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한 번씩 찾아오는 불만 가득한 민원인 또는 큰소리를 치고 거센 말로 몰아붙이는 민원인을 대할 때면 이 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당황스러운 상황도 여럿 있었다. 오히려 이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이해가 되고 내가 빨리 업무적으로 성장해서 이러한 민원인의 불편마저도 신속하게 해결해줘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요즘이다.

이처럼 업무를 처음 접하는 무게가 마냥 무겁게만 느껴졌던 두려움은 또 다른 힘든 분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설렘으로 변하고 있다. 결국 시험을 준비할 때 겁먹고 무겁게 느껴졌던 처음의 무게가 합격의 기쁨으로 다가오고 공무원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처음의 무게가 설렘으로 다가온다. 긴 인생을 산 것은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처음의 무게는 기쁨으로, 설렘으로 다가옴을 알게 되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해 당황스럽고 난감한 상황이 생겨 버티기 힘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처럼 처음을 이겨내면 익숙함이 생기고 한 단계 성장하는 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제는 오히려 처음 겪는 상황의 무게가 점차 가벼워짐을 느낀다. 처음이라는 무게에 지레 겁을 먹고 피하기에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를 버텨내고 해결해 나가고 있다. 서서히 처음의 무게가 가벼운 설렘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을 힘들게 준비하는 선배, 후배, 동기들에게 추운 겨울을 버틴 수국은 다음 해에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과 같이 현재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 다시 밝게 웃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합격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열쇠도 아니고 불합격이 실패의 시작도 아니다. 합격은 공무원이 처음이라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불합격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설렘일 수 있기에 희망을 갖고 열심히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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