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의회가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입법전문 인력을 채용키로 한 계획을 상당 수준 후퇴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노조가 입법정책연구위원으로 가장한 편법 보좌관 제도라며 강력 반대하고 나서자 채용인원 4명의 직급을 당초 5급에서 6급으로 낮추고, 근무형태도 시간선택제와 임기제를 병행키로 한 것에서 시간선택제는 제외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이마저도 울며 겨자먹기식 하소연을 통해 집행부 승인과 공무원노조의 허락을 겨우 받아냈다.

시정을 견제·감시하는 시민대표 기관임에도 인사권조차도 없는 '종이호랑이' 신세인 시의회의 위상이 이번 입법전문 인력 증원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울산시의회는 10일 교육위를 제외한 4개 상임위별로 한명씩(5급 3명, 6급 1명) 배치키로 한 입법정책연구위원의 직급을 5급에서 6급으로 낮추기로 결정, 채용절차에 앞서 의회사무처 정원을 56명에서 60명으로 늘리기 위한 '울산시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시의회가 이처럼 입법정책 전문 인력의 직급을 낮춘 것은 사무관 승진에 불이익을 우려한 공무원노조의 채용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의회가 입법전문 인력 채용을 놓고 공무원노조의 눈치를 살피며 저자세를 취한 것은 스스로 독립성과 위상을 떨어뜨리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정책연구위원 채용 목적이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5급에서 6급으로 직급을 낮춘 것 자체가 이러한 취지를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민 대의기관인 시의회가 공무원노조의 압박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인사권 독립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유사사례에 대해 사사건건 노조의 간섭을 받게 될 처지다.

무엇보다 전국 광역시의회 중 의정활동 지원 인력이 가장 적어 앞으로 개방형 전문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하는 시의회로선 이번 굴복이 두고두고 후회로 남게 됐다.
실제로 전국 광역시 가운데 울산과 마찬가지로 시의원 정원이 22명인 광주와 대전시의회의 전문 인력과 비교하면 이러고도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가능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광주시의회의 경우 별정직 공모제 전문위원 2명과 일반임기제 입법조사관 8명, 시간선택임기제 정책전문 인력 18명을 합쳐 모두 28명에 달하고, 의원 1인당 정책지원 인원은 1.3명이나 된다.
또 대전시의회는 별정직 공모제 전문위원 4명과 일반임기제 입법조사관 6명, 시간선택임기제 전문 인력 8명 등 모두 18명이고, 의원 1인당 정책지원 인원은 0.8명이다.


하지만 울산시의회는 임기제 정책지원인력은 단 한명도 없는데다, 공모제 전문위원 1명과 입법조사관 2명을 합쳐 3명으로, 의원 1인당 정책지원 인원은 0.1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별정직 공모제 전문위원은 현재 공석이고, 입법조사관은 일반 공무원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자치 전문가나 시민단체의 요구가 아니라도 정책지원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게 시의회의 현실인데, 4명의 입법정책연구위원 채용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과 곡절은 앞으로 적지 않은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편, 개방형으로 전환한 시의회 입법정책관(4급)은 최근 1차 공모를 통해 석·박사 수준의 후보자 6명이 면접에까지 올랐으나 적격자가 없어 모두 탈락하고, 금명간 다시 모집공고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환기자 csh@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