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의 한 양로원에서 70대 노인이 다른 입소자 4명을 흉기로 찌른 뒤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노인은 평소 치매와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고, 10년이 넘도록 그를 찾는 가족이나 지인들은 없었다.

그 탓인지 몇 년 전부턴 다른 입소자들과 마찰이 잦아졌고, 사건 전날에도 피해자 중 한명과 다툼을 벌인 끝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울산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0시 10분께 울주군 두동면의 한 양로원에서 A(77)씨가 같은 방에서 잠자고 있던 B(78)씨를 흉기로 찔렀다. 이어 A씨는 다른 방 2곳에 들어가 60~70대 남성 3명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범행 직후 양로원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피해자 중 1명은 중상, 나머지 3명은 경상을 입었으나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2명은 수술을 받은 뒤 치료 중이고, 2명은 당일 치료 후 양로원으로 돌아간 상태다.

 

경찰은 양로원 관계자로부터 A씨가 전날 아침 피해자 중 1명과 심하게 다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지난 2006년 이 양로원에 입소한 A씨는 주로 혼자 생활했고, 치매와 우울증 치료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로원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입소 당시 약간의 치매 증상과 고혈압, 청각장애 등을 겪고 있었지만 혼자 생활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평소 직원들이 보기에 A씨는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이었지만, 양로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2014년께부터는 점점 다른 입소자들과 마찰이 잦아졌다고 한다. A씨가 다른 사람과 심하게 말다툼을 해 양로원 측에 조심하겠다는 각서를 쓴 적도 있었다.

양로원의 다른 입소자들로부터는 "A씨가 파스를 자주 붙여 피해자들이 냄새가 많이 난다고 말해 다툼이 있었다"거나 "A씨가 청각장애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다른 입소자와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왔다.
그렇게 A씨는 양로원의 다른 노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A씨가 양로원에 머무르는 13년 동안 그를 찾아온 가족이나 지인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녀가 몇 명 있고 입소 당시 딸이 동행했지만, 그 뒤 양로원을 찾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에 더해 평소 다른 입소자들과 좋지 않았던 점 등 복합적인 문제로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들과 요양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조홍래기자 usjhr@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