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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四面楚歌). 울산지역 직업계 고등학교가 처한 상황이다. 한때 40%대를 웃돌던 울산지역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10%대로 급전직하했고, 90% 취업률을 자랑하던 지역 내 마이스터고는 70%로 취업률이 떨어졌다. 때문에 입학경쟁률도 1대 1 수준에 머무는 등 울산의 직업계고는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악화된 경제로 인한 기업의 채용감소, 최저임금제인상에 따른 임금 상승, 오락가락한 현장실습제도 등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직업교육이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미래 산업 수요 대비와 직업교육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추진되는 '직업계고 재구조화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 직업계 고교 취업률은 24.8%(지난달 초 기준)로 잠정 집계됐다.
취업 대상자 2,596명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은 600여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도(38.9%)보다 14.1%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특히 2016년(45.4%)과 비교하면 2년 새 거의 반토막이 났다.

기술인 육성을 위해 설립된 울산마이스터고·울산에너지마이스터고·울산현대공고 등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지난해에는 78.8%로 떨어졌다. 한때 90%를 웃돌았고(2015년 92.0%), 2016년 87.4%, 2017년 89.9%로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던 마이스터고지만, 취업률 하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직업계고 가운데 8개 특성화고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2016년도 41.7%였던 취업률은 2018년 16.7%까지 추락했다.
직업계고 사이에서는 "이렇게 취업률이 떨어지면 특성화고를 찾는 학생이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울산의 직업계고 입학경쟁률도 2% 안팎에서 1%대로 하락한 모양새다. 

이처럼 울산 직업계고의 취업률이 급락한 이유는 무엇보다 급격한 지역 경기침체 때문이다. 지역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업계의 불황으로 관련 기업들이 직업계 고교생을 현장 실습생으로 받지 않고 있다. 직업계고 현장 실습 참여 기업은 2016년 833곳에서 2017년 505개로 줄다가 급기야 지난해 157곳으로 대폭 감소했다.

최저인금 인상도 고졸 취업 하락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방침으로 예전과 달리 실습학생을 현장에 바로 투입할수 없는 상황에서 채용 시 임금 부담까지 가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고졸채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주요 요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정책의 목표가 전체적인 청년실업 해소에 맞춰지다 보니 고졸취업에 대한 관심 자체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고졸취업을 독려하기 위해 교육정책 중심으로 학생들의 취업역량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마이스터고 역시 대통령의 교육공약으로 탄생했다. 고졸 청년들의 채용도 장려하면서, 공공기관과 시중은행 등에서 고졸 채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이후 꾸준히 지속돼야 했던 특성화고 정책이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교육부와 울산시교육청은 직업계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공학과를 재구조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지난해 1개교가 참여했고 올해는 4개교가 재구조화 시행을 놓고 검토 중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미래 신산업과 지역 전략산업 등과 연계한 학과재구조 개편과 학교와 산업체가 원하는 시기에 현장실습을 운영하며, 취업연계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현장실습 여건을 개선하는 등 특성화고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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