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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는 다른 국가 경쟁당국이 참고할 수준의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겠다"고 설명했다.

# "다른 경쟁국 수용 가능한 판단 관건"
김 위원장은 11일(현지 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인근 한국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어느 경쟁당국보다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결합 심사를 빨리 결론 내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산업은행은 8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현대중공업과 체결했다. 이 매각이 최종 확정되려면 한국 공정위뿐 아니라 이번 계약에 영향을 받는 다른 국가의 경쟁 당국의 심사 문턱도 넘어야 한다.

김 위원장은 "그 어느 경쟁당국보다도 한국 공정위가 먼저 결론을 내리고, 외국 경쟁당국에서 우리 판단을 참고할 수 있는 수준의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을 키우기 위한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다른 국가가 승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다른 국가 경쟁당국이 우리 판단을 무리 없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 "매각 실패시 대우 파산 가능성도 고려"
한국 조선산업을 위해 '팔이 안으로 굽는' 결정을 내렸다가 외국 당국에서 불허 결정이 나오면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역효과'가 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이 파산 등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에 "파산 가능성도 기업결합 심사에서 고려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전 EU 집행위원회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경쟁총국장과 한 양자 회담 논의 내용도 소개했다.

# 벨기에서 EU수장과 4차산업혁명 논의
그는 "최근 경쟁법 관련 사건 대부분이 4차산업혁명 융복합의 충격을 받고 있으며, 세계적 사건으로 발전하는 시대"라며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도 글로벌한 사건이 되기 때문에 주요 경쟁당국이 한국의 조치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예측 가능하게 경쟁법을 규율할 수 있는 전 세계적 합의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와 관련해 작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경쟁법 조사·집행 다자간 체제'(Multilateral Framework on Procedures in Competition Law Investigation and Enforcement·MFP)를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 논의와 관련해 "어떤 국가 주도로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 각국 경쟁당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며 "5월 콜롬비아에서 열릴 국제경쟁네트워크(International Competition Network·ICN) 회의에서 이 사안이 논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라이텐베르거 총국장은 '진공'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며 "경쟁법 국제규범의 진공, 다시 말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 국제경쟁 글로컬라이제이션 개념 제시
김 위원장은 이러한 논의와 관련해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와 지방화의 합성어)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안정된 국제규범이 마련돼 있지 않아 각 국가는 각자의 산업적 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경쟁법 분야의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기술적으로 선도자라고 하기 어렵고 정치적 협상력도 부족한 한국 정부가 이러한 환경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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