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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나무가 밥을 펐네

                              최 진

도토리나무가
밥을 펐네.

사발마다
수북수북
밥을 담았네.

여름내 땀 흘려
잘 지은 밥
수백 그릇
고봉으로 담았네.

이 밥 먹고
다람쥐며, 산토끼며, 멧돼지까지

모두 배부르겠다는 생각에
도토리나무는 배가 부르네.
 

박해경 시인
아동문학가 박해경

이산 저산에서 도토리나무가 밥을 짓기 위해 싹을 틔우기 시작했을 거예요. 어디 도토리나무뿐이겠어요. 모든 나무들이 결실을 보기 위해 어떤 시작이라도 했을 거예요. 우리 사람들도 3월 봄이면 입학, 취업 새로운 일을 시작을 하면서 좋은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단단히 마음먹고 지금쯤 시작이 반이다 실감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을 거예요.
도토리나무처럼 가을이 되면 모든 이에게 고봉밥을 가득 나누어줄 확실한 믿음을 갖고 시작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하는 어린아이는 선생님도 친구도 모두 낯설어 종일 울다가 집에 가서 엄마 품에 안겨 안심을 하고 잠들겠지요.


올해 초등학교 입학한 조카는 왜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고 동화책 읽으면 안 되고 선생님 말씀 계속 들어야 하는지 설명을 해 주어도 이해를 못 하고, 학교 갈 때 레고며 공룡 장난감까지 들고 가려고 한다는 거예요. 처음 취직한 저희 아들도 여기저기 틀려 상사에게 불려 다닌다네요. 시작은 이렇게 참 힘듭니다. 그래도 시작을 해야 결실을 보겠지요.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런 결실을 얻을 수 없으니까요. 우리 빤히 아는 사실인데도 시작이 힘듭니다. 도토리나무도 그저 고봉밥을 짓겠어요?


나무가 하는 일이라 우리가 속속들이 알지 못해 그렇지 참 힘들었을 거예요. 엄마가 우리에게 밥을 짓어 주는 거나 같지 않겠어요.
보통일이 아니잖아요?
우리도 도토리나무처럼 좋은 결실을 맺을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믿음을 갖고 삼월 봄과 함께 뭔가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미 시작하고 있다면 고봉밥처럼 가득한 결실을 맺을 수 있으라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해봅시다.
 아동문학가 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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