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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 금고 계약을 따내기 위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시금고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울산에서도 유치전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울산은 광역시 승격 이후 20년 넘게 경남은행과 농협이 지역 금고 운영을 맡아왔는데, 최근 시중은행이 양산과 거창 등 경남권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역 금융권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13일 울산시에 따르면 오는 7월 울산시의 금고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새롭게 금고를 운영할 기관을 공모한다. 이전까지는 3년마다 재계약을 해왔지만, 올해부턴 금고운영규칙을 개정해 4년으로 계약 기간을 늘릴 방침이다.
현재 울산시 1금고는 경남은행이, 2금고는 농협은행이 운영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시금고 운영 금융기관은 1997년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이처럼 울산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은 지역 기반은행과 농협은행의 양분체제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올해 재계약을 거치면서 시중은행이 시금고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시중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따내는 데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전국적인 점포망을 가지고 있는 상업은행으로,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이 이에 속한다. 시중은행은 자금력을 앞세워 거액의 출연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지자체 금고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이 출연금의 정확한 명칭은 '협력사업비'로, 지자체에 주는 일종의 리베이트 성격이다.
지자체 금고는 금융기관의 대내외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30~31점),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8점), 주민 이용 편리성(20~24점), 금고 업무 관리능력(19~22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9점) 등을 평가해 결정한다.
이 중 협력사업비는 100점 만점 중 4점에 불과하지만 금고 쟁탈전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는 국민은행이 농협은행에 비해 3배가 넘는 거액의 출연금을 제시해 농협은행을 제치고 금고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민은행이 양산과 거창의 금고 입찰에 이례적으로 참여하기도 하는 등 시중은행의 지방 금고 공략이 경남권에서도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울산시 금고 유치전에 시중은행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방 금융권에선 시중은행들이 수도권 지자체 금고 운영 경쟁을 벌이기 전 실적과 경험 등을 쌓고, 은행 평가나 신인도 상승을 위해 지방 금고 운영에 뛰어드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지방은행들은 지방은행의 입지 축소, 지방자금의 역외 유출 등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며 반발, 정부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자체 금고 선정평가 시 협력사업비 배점을 지금보다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올해 시금고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시중은행이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움직임은 없다"며 "그러나 지난해 경남권 금고 유치전에 이례적으로 국민은행이 참여한 것을 봤을 때, 올해 울산시 금고 경쟁에 시중은행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전했다. 조홍래기자 usj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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