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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 4사가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규제 시행으로 순위 경쟁에서 '지각변동'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동의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가장 유리한 입지를 유지하는 반면, GS칼텍스가 위태로워지면서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순위 추월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IMO는 온실가스와 산성비 저감을 위해 2020년 1월 1일부터 세계 모든 선박이 사용하는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 기준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강화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해운사들은 거액을 들여 기존 선박에 배기가스 정화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선으로 변경해야 한다. 선박유를 저유황유로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 SK이노베이션, 1위 수성 유리 관측
업계는 일단 상당수가 저유황유 선박유를 사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나머지 대안은 해운사에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IMO 환경규제로 새로 창출한 저유황유 선박유라는 수요가 국내 정유사 시장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분야 정보분석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 플라츠'는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이라는 4대 정유사가 현재는 특정 회사 독주 없이 한국 시장을 균형 있게 점유하고 있지만, IMO 환경규제로 이 균형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작년 기준 국내 경유 시장 점유율은 SK이노베이션이 32%로 가장 높다. 이어 GS칼텍스(25%), 현대오일뱅크(21.5%), 에쓰오일(20%) 등의 순으로, 그동안에는 골고루 시장을 점유해왔다. S&P 글로벌 플라츠는 "앞으로 국내 정유사 간 점유율 변동은 고유황유 생산량을 어떻게 저유황유로 돌릴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SK이노베이션의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약 1조 원을 투자해 울산CLX에 감압증류공정에서 생산된 원료유에 수소를 첨가해 황 성분을 없애는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새로 짓고 있다. 

# 에쓰오일·현대, GS칼텍스 추월 관심
에쓰오일은 잔사유 고도화설비(RUC)와 올레핀다운스트림복합단지(OD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작년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분리해 DAO(De-Asphalted Oil)을 추출하는 SDA(Solvent De-Asphalting) 공정을 완공하고 고도화설비 증설을 마무리, IMO 환경규제 실행 후 제품 수요 증가에 대비했다.

S&P 글로벌 플라츠는 "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SK이노베이션은 이미 저유황유를 생산하거나 (황 함유율을 낮추기 위해 기존 선박유에 섞을) 경유 생산량을 늘릴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일하게 GS칼텍스만 저유황유 생산 설비 계획이 현재 없다. GS칼텍스는 스크러버 설치 등으로 기존 고유황 선박유가 필요한 선박 등의 수요를 노리거나, 자사 공장 연료를 저유황유에서 LNG로 대체한 뒤 해당 저유황유를 판매함으로써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S&P 글로벌 플라츠는 "저유황유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저유황유를 생산할 계획이 아직 없는 GS칼텍스는 국내시장에서 점유율 하향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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