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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입니다!" 일주일 중 어떤 요일이 가장 좋으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십중팔구 이렇게 답할 것이다. 다음날부터 주말이 시작되기 때문인지 마음이 다른 요일보다 한층 가볍다. 하지만 2010년 3월 넷째주 금요일. 북방경계선의 한 함대에 타고 있었던 104명의 승무원 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금요일로 남고 말았다.

2010년 3월 26일 금요일 21시 22분경 백령도 서남방 2.5㎞ 해상에서 경계 임무수행 중이던 해군 제2함대사 소속 천안함(PCC-772)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공격으로 침몰하여,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6·25전쟁 이후 발생한 전투 중 우리 군의 희생이 가장 컸던 천안함 피격사건이다. 3월 넷째주 금요일이 서해 수호의 날로 지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제17회 월드컵축구대회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 무렵,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3마일,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일어난 '제2연평해전',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부터 한반도 서해 5도 중 하나인 대한민국령 연평도를 북한군이 선전포고 없이 포격한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다. 특히 연평도 포격사건은 그전의 도발과는 달리 민간인 거주지역이 포격당했고, 군인은 물론 민간인 사망자까지 나온 상황이었기에 조금만 수습이 늦었어도 정말로 휴전이 깨질 수도 있었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서해수호의 날'은 이와 같은 서해도발 관련 사건을 포괄하는 이름이다. 북한 도발에 맞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서해수호 55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2011년부터 5년간 국가보훈처 주관 정부 행사로 진행되다가 2016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호국영웅들의 희생을 기억할 수 있게 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서해수호의 날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기념식을 거행한다. 희생장병 추모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기리고 국민 안보의지를 되새기는 행사이다. 국가보훈처가 주관하고 약 7,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서해수호 영웅 이름을 한분한분 불러보는 '서해수호 55용사 롤콜(ROLL CALL)' 행사도 예정돼 있다.

울산에서도 3월 22일 울산시청 본관 2층 대강당에서 시민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거행한다. 또 무룡고, 울산공고 등 전사자 모교 자체 추모식을 거행하고 태화강역, 시청, 태화강 둔치에서 특별안보사진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필자는 헬기부대에서 근무했었는데 한 번씩 의무후송 헬기에 태워진 심각한 부상 장병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할 때가 많았다. '만약 저 쓰러져 있는 장병이 나라면 어떨까', '내가 죽으면 국가에서 책임져 줄까?', '내가 죽으면 홀어머니는 누가 모셔줄까?', '그 누가 나 따위 별볼일없는 한 명의 군인을 기억해줄까?',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헛된 죽음이 되는 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나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이 되기를,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의 '안됐구나'가 아닌 '고맙다. 잊지 않을게'가 되기를 단순히 국가유공자로 등록하고 금전 보상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1년에 단 하루라도 그들을 기억해주는 것이 진정한 보훈이 아닐까 싶다.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건국과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목숨 바친 분들도 잊지 말고 기억했으면 한다.

남북평화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국가 안보에 마음 놓을 때는 아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과 지금 이 시간에도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을 위해 젊음을 바쳐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들의 희생과 공헌을 잊지 말고 1년에 50번이 넘는 금요일 중 하루 정도는 무거운 마음으로 서해 수호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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