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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적 보존 가치가 높아 보존 결정이 내려졌던 울주군 온산읍 이진리 타포니군 암석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20일 찾은 이 곳엔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자연사적 보존 가치가 높아 보존 결정이 내려졌던 울주군 온산읍 이진리 타포니군 암석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20일 찾은 이 곳엔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울산신항만 조성 과정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보존 결정이 내려졌던 울주군 이진리 해안의 타포니(tafoni)군 등 희귀암석들이 시민과 행정당국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울주군 온산공단 이진리 해안은 해안 절벽, 벌집 모양의 화강암 풍화지형인 타포니 등 다양한 해안지형이 모여 있어 자연사박물관에 가까울 만큼 지질학적으로 대단한 가치가 있다며 학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지역이다.

3.7㎞의 이진리 바닷가를 따라 분포한 희귀 암석들은 수천 또는 수만년에 걸친 풍화와 침식 작용으로 생겨난 화강암으로 타포니와 핵석(돌알바위) 등 모양이 독특하고 원형이 잘 보존되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지역이다. 특히 가로 250m 세로 100m의 차일암은 천 여 명이 앉아서 바다를 구경할 수 있을 만큼 큰 단일 바위덩이(암괴)로 한 곳에서 파도와 바람에 의해 다양하게 형성된 바위의 모든 형태를 확인할 있어 문화재로 지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 곳은 2006년 말 울산신항만 공사와 온산공단 입주기업들의 공장용지 조성작업과 함께 하루 아침에 훼손되고 말았다. 이전리 일대 해안가 700여 m에 형성됐던 타포니 군 대부분의 기암괴석들은 대거 바다 매립과정에서 도로와 공장 부지 속으로 사라졌다. 다행히 환경단체와 학계가 반발하면서 당시 부지 조성 주체였던 울산해양수산청이 방파제 입구 타포니 바위군과 해안가 일부 바위를 인근 공원부지로 옮기는 등 보존 결정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이영산업 앞 도로가에 일부 타포니가 보존되고, 대형바위인 차일암도 공장 조성부지에서 제외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가까스로 보존된 이 일대 타포니군과 차일암은 시민과 행정당국 무관심 속에 철저히 방치되면서 훼손되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이진리 타포니 현장은 이곳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암석들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안내간판 조차 없었다. 바위 주변은 온갖 쓰레기들이 가득했고 악취로 진동했다. 대형 바위인 차일암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바위 곳곳에는 낚시꾼들이 어지럽히고 간 쓰레기와 오염 흔적들로 가득해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울산시나 울주군, 해양수산청 등 관련 행정 기관 어디에서도 이곳에 대한 관리나 보존의지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윤 석(울산생명의 숲 사무국장)씨는 "울산의 자연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처음 제기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이곳의 지질학·문화적 의미를 강조해왔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전우수기자 usj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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