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TV를 켜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전혀 웃음이 나질 않는 장면에서 화면속의 모든 출연자는 웃음유발을 종용한다. 낯선 단어, 누군지 모를 얼굴들에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아제'가 되어가는 느낌도 받는다. 그러다 잠시, 몇해전 고개를 숙이고 대국민 사죄를 했던 인물이거나 경찰 호송차량에서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린채 도망치던 인물들이 말간 얼굴로 나를 보고 웃어라고 윽박지른다. 언제 복귀를 했는지 모르는 인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수시로 터지는 연예인 추문 사건이 방송사의 도덕적 해이로 번지고 있다. 승리·정준영 등이 속한 카톡 대화방에서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대화 내용이 드러나고, 몰카 촬영과 동영상 유포로 번지면서 거의 수습 불가능 상태에 빠졌다. 빅뱅 출신 승리(29·본명 이승현)의 성접대 의혹과 가수 정준영(30)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유포 사건은 우리 방송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KBS '1박2일' 등 이들이 출연한 프로그램과 팬클럽 게시판은 시청률 지상주의와 도덕 불감증에 걸린 방송과 연예기획사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의혹에 연루된 가수들의 팬클럽에선 '탈퇴 러시'가 이어졌다.

정준영의 경우 2016년 여자친구와의 몰카 사건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KBS '1박2일'에 복귀한 것을 놓고 "공영방송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많았다. 연예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이번 스캔들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송계 제작 관행과 이를 악용해 자사 연예인의 스캔들을 덮으려는 연예기획사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대표적 사례다.
예능 프로의 도덕 불감증은 특히 심각하다. 승리의 경우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미운 우리 새끼' 등에 출연해 클럽과 일본 라멘집을 운영하는 자신의 모습을 과시했다.  승리가 출연한 넷플릭스 프로그램 'YG전자'는 마약 범죄나 직장 내 성폭력을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해 비판 받았다.

그래서 당장 문제가 되면 은퇴를 외치는 이들의 입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지금까지 범죄행위를 저질렀던 연예인들이 활동을 중단하더라도 3~4년 자숙의 시간을 거쳐 복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개그맨 신동엽, 가수 싸이, 배우 주지훈, 가수 박봄, 빅뱅 지드래곤과 탑 등 마약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들은 물론 성추문 논란이 있었던 박시후, 엠씨더맥스 이수 등도 결국 연예계로 복귀했다. 이수근, 탁재훈, 신정환, 토니안, 붐 등이 불법도박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뒤 슬그머니 복귀했다. 요즘 뭉쳐야 뜬다 등에서 자주 얼굴을 내미는 김용만은 2013년 3월에 불법 프로토 도박 사이트를 하면서 10억원을 배팅한 혐의가 포착돼 방송에서 퇴출 당했다. 하지만 최근 슬쩍 복귀했고 프로그램 출연 편수를 늘려가고 있다. 문제 연예인들의 복귀는 그 자체로 도덕적 기준선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된다. 이들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 화면에 자주 나타나면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까지 범죄와 징벌이라는 일정한 사회적 룰이 깨지고 도적적 흠결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상사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이사 겸 국장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