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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헤어지거나 실종된 가족이 경찰의 실종전담 조직의 체계적 대응으로 극적 상봉했다. 1972년 남구 여천동에서 잃어버린 남동생을 47년 만에 찾거나, 12년 전 실종된 후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던 지체장애 여동생을 되찾은 것이다.

21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유 모(59) 씨가 경찰서 실종수사전담팀을 방문해 “1975년쯤 헤어진 동생 B 씨(54)를 찾고 싶다"고 요청했다. 유  씨는 당시 남구 여천동에서 소재할 당시 동생이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기억했고 헤어진 장소나 경위는 알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B 씨의 과거 호적기록을 토대로 주민등록, 초·중·고교 입학 이력, 금융기록 등을 확인하려 했지만 기록이 전혀 없었다. 또 형제가 헤어진 당시 B 씨가 8세였던 점을 감안해 울산과 부산, 경남 일대 아동양육시설들에 입소기록을 조회했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재단법인 중앙입양원을 상대로 입양기록을 조회하던 중 신고자가 말한 1975년이 아닌 1972년 부산 아동일시보호소에서 아동양육시설인 부산 은혜의 집으로 전원한 아동 중 B 씨와 이름이 같은 아동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기록에 따르면 B 씨는 유 씨가 말한 이름과 같지만 생년월일이 달랐다. 경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시 대상 아동의 사진 등 기록을 확보하고, B 씨가 생년월일을 기억하지 못해 1976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주민등록번호를 새로 만들었고, 경남 모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지난 17일 울산남부경찰서 실종전담수사팀 사무실에서 만난 유 씨와 B 씨는 “어릴 때 철길 옆에 살았고, 철길에서 형제가 함께 넘어져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는 같은 기억을 떠올리고 친형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유 씨는 “동생을 찾을 방법이 없어 가슴에 담아두고 있던 평생의 한이 풀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2년 동안 찾지 못하던 50대 지적장애 이 모 씨가 경찰의 노력으로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가기도 했다.

지난 19일 오후 11시 넘어 “노숙자풍의 사람이 누워 있다"라는 112신고를 접수한 본동 파출소 순찰차가 삼산지구대와의 공조로 수색한 결과다.

당시 여성안심마을 주변 탄력순찰 근무중이던 삼산지구대 안성배 경위, 장종윤 경장은 관내 공원 정자내부에 쌓여있는 이불을 의심스러워하며 접근, 이불 밑에서 납작 엎드려 숨어있는 50대 여성을 발견했다.

왜소하고 마른 체형의 이 모 씨는 “자신은 장사를 마치고 잠시 쉬는 중이라며 곧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어렵사리 밝혔으나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출동 경찰관은 보호자 인계가 필요하다는 판단, 인적사항 밝히기를 거부하는 이 여인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주민번호를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절차를 거쳐 가족의 연락처와 주소를 알아낸 경찰은 오빠(61) 등 가족들에게 데려다줬다.

가족들은 “12년 전인 2007년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집을 나간 뒤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아, 가출, 고아, 해외입양 등 사유로 헤어진 가족들을 전산망을 활용해 찾아주는 민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해당 사유가 있는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나 제적등본을 구비해 경찰서를 방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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