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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벨탑 공화국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284쪽    우리 사회는 주거지만 서열화 돼 있는 게 아니다. 대학 입시에서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다 서열화 돼 있다. 서열 없는 나라는 없지만 심각한 건 서열 격차다.
서·열 의식이 한국 못지않은 일본만 해도 중소기업의 연봉은 대기업의 80퍼센트를 넘지만, 한국은 겨우 절반 수준이다.
사회적 대접까지 돈으로 환산하자면 절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임금은 최대 4.2배 차이가 난다. 이게 바로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일본의 2배가 넘는 결정적 이유다.
한국은 사회적 약자에게 매우 가혹하며,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누구에겐 천국이지만 누구에겐 지옥이 돼버렸다. 강준만 교수가 집중하는 의제도 탐욕이 빚어낸 병폐와 그늘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의 상당 부분은 기존의 수직 지향적 삶을 수평 지향적 삶으로 바꾸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직 경쟁 일변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기존의 발상에 '협력'과 '공존'이라는 가치를 주입시켜야 한다고 제언한다.

# 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 장민주 지음·예문아카이브·232쪽    어설픈 위로에 상처받은 보통 사람을 위한 셀프 치유 안내서. "죽고 싶어. 너무 우울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멘탈이 약하니까 그렇지. 긍정적으로 좀 생각해봐"라고 쉽게 조언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 말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었다"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우울한 딸을 인정하지 않고 긍정을 강요했던 엄마의 입버릇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울증을 가진 저자의 내밀한 고백을 시작으로 완화되기까지 8년의 과정을 담아냈다. 우울한 감정을 폄훼하고 행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가면을 쓴 나'가 아닌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는 '진짜 나'로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준다.
또한 '우울증 자가 진단 검사'를 통해 독자 스스로 마음을 진단해볼 수 있으며, 부록으로 우울증에 관한 심리학적 정보와 해결책을 수록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한다.

# 토마토 밭에서 꿈을 짓다 원승현 지음·틈새책방·232쪽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지어라'라는 말이 있다. 땅만 있으면, 혹은 땅이 없어도 빌리기만 하면 누구나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귀농에 대한 관심은 사실 이런 편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문성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 여기에 여유 있는 전원생활을 즐기는 킨포크 라이프 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유유자적하는 일상을 즐기는 농부'가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에 담겼다.
그러나 농업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농촌에 대한 로망을 안고 귀농을 한 이들 대부분이 실패하는 이유는 '일상 탈출'이라는 목표만으로 농업에 섣부른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홍익대에서 프로덕트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고향인 강원도로 귀농을 감행한  저자는 여느 귀농인들처럼 '낭만 농부'가 되기를 꿈꿨다. 그러나 농업 현장은 그가 생각한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농사라는 마음가짐으로는 삶의 기반마저 흔들린다.
무엇보다도 농업이 지닌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먹거리의 근간까지 흔들리게 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원승현 대표는 땅에서 브랜드를 짓는 '브랜드파머(brand-farmer)'가 되기로 결심했다.

# 현금 없는 사회 로스 클라크 지음· 시그마북스·236쪽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금을 없애려는 이들은 전자 결재의 편의성, 투명성, 효율성, 안전성 등을 이유로 현금 없는 사회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현금을 없애려는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재정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우리를 통제키 위함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유익해서가 아니라 힘 있는 이익 단체들이 우리를 염탐하고 우리를 상대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데 현금 없는 사회가 제격이어서다. 여기서 말하는 힘 있는 단체란 바로 정부와 기업이다.
저자는 "현금이야말로 정부와 기업을 견제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불 수단"이라며 현금을 사용할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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