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중공업이 불황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벌써부터 지역 조선업 인력 충원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하나같이 해양플랜트 공장 재가동 가능성을 두고 조선업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며 동구는 물론 울산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입을 모은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까지 인수하게 되면 초대형 글로벌 조선사가 탄생하고 현대중공업은 과거 전성기를 다시 구가하게 될 것이라며 들뜬 분위기다. 울산시도 일찌감치 인력 부족에 대비해야한다며 한술 거든다.

안타깝게도 현장 사정은 이런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해양플랜트 마지막 물량인 나스르 프로젝트가 지난해 8월 20일 출항한 뒤 여전히 2,000여 명에 달하는 유휴인력이 남아있다. 지난해 미국 석유개발업체 엘로그로부터 수주한 킹스키 반잠수식원유생산설비 1기 설치 프로젝트를 위해 해양플랜트 공장을 가동한다해도 유휴인력은 해소되지 않는다. 필요 인력은 몇 백명에 불과한 데다, 해외파견 인력까지 돌아와야하니 유휴인력 규모는 오히려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더 불안하다. 글로벌 조선업계 1·2위 합병이다보니 국내 공정위는 물론 미국과 EU,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 당국의 승인까지 모두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순탄치가 않다. 일본과 중국은 조선업 분야에서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태클'을 걸 가능성이 크다.

심사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해도 알려진 것보다 부실 규모가 클 것으로 짐작되는 대우조선의 장부를 여는 순간 현대중공업 앞에 어떤 미래가 닥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심사과정에서 좌초하거나 현대중공업이 감당하지 못해 포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대우를 품는다고 해도 정상화에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하다. 대우의 덩치를 감안할 때 어쩌면 유휴인력 문제는 지금보다 더 심화될 수도 있다.

지금 터트린 샴페인은 때이른 '일장춘몽'으로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장미빛 미래에 들떠 열을 올리기 전에, 이제막 숨통을 틔우기 시작한 조선업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