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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6년째지만 지난 24일 찾은 현장은 아직 황폐한 모습 그대로다.
언양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6년째지만 지난 24일 찾은 현장은 아직 황폐한 모습 그대로다.

산은 여전히 신음 중이었다. 24일, 울산 초유의 대형 산불로 기록되고 있는 언양 산불 현장을 찾았다. 산과 들에 꽃이 피고 나무들마다 봄 색이 완연해지는 계절이지만 울주군 언양을 지나는 국도 24호선 도로변은 볼썽사나운 풍경 그대로다.

# 208㏊ 산림 화재 피해액 40억 넘어
언양읍 송대리 화장산과 언양읍 직동리 일대 야산. 지난 2013년 3월 9일, 울산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었던 산불이 발생한 곳이다. 오후 8시 37분 울주군 상북면 향산리 야산에서부터 시작된 화마는 강한 바람을 타고 언양읍 직동리와 태기리 지역 야산으로 순식간에 번지면서 평화롭던 산과 마을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 불로 상북면 일대 110㏊와 언양읍 일대 170㏊ 등 총 280㏊ 산림이 불에 탔다. 투입된 소방인력만 4,415명이었다. 가옥 등 건물 23동이 전소되거나 반소됐고 5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총 피해액은 40억 5,4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산불이 발생한 지 벌써 6년이지만 아직 현장은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채 벌거숭이다. 봄 햇살과 함께 푸른색이 짙어지는 산 아래 청보리 밭과는 확연히 대조적이다.

현장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산불로 타 버린 나무들을 긁어모아 쌓은 나뭇더미들의 행렬이다. 산 밑동에서부터 정상까지 마치 밭고랑을 낸 듯 길게 아래에서 위로 이어졌다. 20여m 간격에 끝없이 옆으로 이어지는 나뭇더미 행렬은 당시 산불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어른 몸통만한 나무들이 잘리어진 채 잡목들과 뒤엉켜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산불 화재목 처리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조림사업을 이유로 불에 타 죽은 고목들을 모두 베어버려 넓은 야산에서 그늘 한 뼘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벌목된 채 쌓여있는 나무더미.
벌목된 채 쌓여있는 나무더미.

# 경관 관점서 접근 제대로된 복구 안돼
이 때문에 자생할 수 있었던 잡목이나 식물들이 태양에 그대로 노출돼 고사하는 등 생육환경이 지극히 열악한 곳이 되고 말았다.

울산생명의 숲 윤 석(사무처장) 씨는 "산 위에서 아래로 새로 줄의 '나뭇더미 고랑'이 생긴 이유는 진지한 고민 없이 시행된 조림사업 탓이다. 가로로 폐목을 길게 늘어트려 놓았을 경우 인부들이 조림사업 할 때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의상 새로 줄 모양의 나뭇더미 행렬을 만들어 버려 식물들의 생육환경을 크게 해치는 결과를 낳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산불 현장은 비만 내리면 물과 토사가 산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자연복원이다 인공복구다 논란이 빚어진 속에서 진행된 조림사업 흔적들이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이 곳에 산림청에서 정한 편백, 상수리, 산벚나무, 백합나무, 가시나무, 느티나무 등 9종에 무려 36만여 그루의 묘목을 심었다. 산림 복원보다는 경관적 관점에서 접근, 향후 심은 나무를 관광 상품화한다는 계획에서 식재된 나무들이다. 산림 훼손지역에 고르게 지름 1㎝ 정도의 굵기의 나무들이 2~3m 간격으로 어른 가슴 높이로 자라고 있다.

하지만 식재된 나무들은 말라버린 토양에서 힘겨운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튼실하게 자리를 잡고 강한 생명력을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바람에 꺾이고 앙상하게 말라가고 있다.

당시 산불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신화마을 한 노인은 "당시 생각을 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사람은 그래도 적응을 하며 그때의 악몽을 잊고 사는데 산은 아직 저 모양이니…"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산불로 훼손된 산림이 원상 회복하기까지는 5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는데 내 평생 저 산의 옛날 모습을 다시 보기는 어렵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2009년부터 최근 10년간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210건, 413.42㏊ 피해를 입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 290㏊(2.9㎢)의 1.4배에 이르는 규모다.    전우수기자 usj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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