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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달리 큰 추위 없이 겨울이 지나갔다. 이상기후라 할 정도로 따뜻한 겨울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다가올 여름이 걱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울산지역의 여름 기후는 이상기후의 전형이었다. 몇십 년 만의 최고 기온은 일상이 됐고 연일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열대야 일수도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울산지역 평균 기온이 오는 2100년대가 되면 17.32도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먼 이야기 같지만 이 같은 전망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따른다. 기후 변화는 해마다 체감지수가 민감할 정도로 우리 일상의 문제가 됐다. 2100년의 수치지만 이는 해마다 기온이 오르고 있고, 그에 따른 국지성 호우, 폭설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울산지역의 경우 기후 변화에 따른 대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각종 재난·재해나 물관리 문제 등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한반도의 기후는 이미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한반도 일대는 아열대 기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비교적 자연재해에 피난처였던 울산도 몇 해 전부터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울산시는 기후·대기 분야 업무를 중점 관리하는 등 생태환경 도시에 맞게 조직도 바꿔나가고 있다. 울산시는 향후 관계부처의 조직변화와 울산시의 조직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후·대기 분야를 포함한 여타 환경부서의 위상을 보다 격상시키는 추세다. 

울산이 이상 기후에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16년 태풍 '차바'로 인한 물난리와 겨울철마다 반복되는 가뭄 등 울산도 기후변화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기후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울산에 '동해안 기후변화 연구센터'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울산시의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당시 시의회에서는 "2016년 10월에는 태풍 '차바'로 태화강 범람과 도심 침수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기후재난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 높고, 기후재난이 복합재난, 대형재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강원도를 비롯해 광주, 충남, 인천시 등에는 기후변화 대응연구센터가 있지만, 울산에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전담 기관이 없어 연구의 연속성 확보나 지역 특수성에 맞는 대응·적응전략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정부도 신기후체제에 대한 견실한 이행체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후환경 변화에 전략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후변화 전문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자료는 또 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지난해 수온 상승에 따른 해조류와 어류의 생태 변화가 확인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동해, 남해 동부, 제주권 해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조사 결과, 이들 3개 해역의 암반 생태계에서는 2년 전인 2016년보다 해조류의 출현 종수가 증가했으나 평균 무게는 22% 정도 감소했다. 이는 암반 생태계의 아열대화로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작은 홍조류가 늘고, 차가운 바다를 선호하는 큰 갈조류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문섬, 거문도, 남형제섬, 왕돌초, 울릉도, 독도를 포함한 해양생태계 보호구역 등지에서는 61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또한 3분의 2가량인 41종이 자리돔과 황놀래기 등 난류성 어종이었다. 해수부는 "남해 바다뿐만 아니라 동해 바다도 아열대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전남 신안 습지보호 지역에서는 보호 대상 해양생물인 달랑게의 서식 면적과 개체 수가 급증했다. 바닷새도 출현 종과 개체 수가 증가했다. 제주 사수도에서는 보호 대상 해양생물인 슴새의 대량 번식이 있었다. 

연안 생태계의 경우 지난해 대마도 해역에서 흐르는 '대마난류'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제주 해역의 식물 플랑크톤 출현이 2년 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해수부는 2015년부터 해양환경공단과 함께 우리나라 해역의 생태계 현황과 변화에 대한 과학적 자료를 확보, 생태계 보전·관리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는 서해·남해서부와 동해·남해 동부·제주 등 2개 권역으로 나눠 격년으로 실시되며, 특별관리가 필요한 곳은 매년 실시된다. 올해도 서해와 남해서부 해역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바다 온도의 이상징후는 육상 기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이제 이상 기후는 대세라는 이야기다. 어느 지역보다 기후 변화에 안전지대였던 울산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대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철저한 대비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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