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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직접 아동보고서를 만들어 스위스 제네바 UN 아동권리위원회를 찾아 갔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담긴 한국의 교육 현실은 대한민국 학생들의 주당 평균 학습시간이 OECD 국가 평균의 최대 두 배에 이르고 아동의 놀 권리가 침해된다고 보고 있다.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10시간을 넘기기도 하는 이들의 고통에 대해 우리는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라고 말해 줄 뿐이다.

지난 3월 초, 학교 공교육을 혁신적으로 이끌었다는 지자체 '오산시'를 다녀왔다.
이 곳을 탐방하면서 교육도시를 자처하는 경기도 오산시의 성공은 말 그대로 '뚝심 있는 교육철학'의 승리라고 느낄 수 있었다.

오산혁신교육의 철학은 타고난 특성이 저마다 다른 점을 인정하고 경쟁·서열·차별 없는 성장을 지향하면서 '생존'의 힘을 기르고 '공존'의 법을 익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한다. 지역의 인적자원과 행정-교육을 연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오산교육재단을 설립하고 평생교육과 안에 18명의 3개 전담팀을 두고 있다. 한해 예산만도 전체 일반예산의 4.97%인 268억을 넘는다. 1인1악기, 1인1체육, 1인1뮤지컬 수업에 이어 초중고 특화 진로프로그램과 학부모 진로코치로 공교육에 협력하는 교육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또한 마을 곳곳에 248개의 유휴공간을 조성한 징검다리교실에 연간 400여 강좌의 학습살롱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의 교육주도 성장결과로 '오산 백년시민대학'의 시스템 안으로 지역 구성원들이 선순환하는 체계를 이루어 경쟁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도시문화를 만들었다.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소멸 가능성이 낮은 시·군', 전국 3위를 차지하며 평균연령 36세, 정주 만족도 83.4%, 인구22만의 오산시는 오늘도 온 마을이 함께 미래를 일궈내고 있다.

혹자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교육개혁의 일이 왜 지자체의 몫이 되어야 하냐고. 교육은 우리 삶의 모든 시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교육에서 얻어진 가치관, 삶의 방식이 개인의 삶을 결정하고 개인의 삶의 방식이 사회를 구성한다. 지금의 청소년을 영향력 있는 사회공동체 일원의 하나로 보아야 하며 그들의 교육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청소년교육-일자리-인구감소-지역경제 문제가 모두 하나의 틀 안에서 서로 얽혀 돌아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고 오늘의 직업이 내일 소멸될 위기에 있다.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는 직업을 창조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온다고 말해줘야 한다. 미래 세대가 살아남는 방법은 우리가 살아왔던 화석연료를 동력으로 하는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무장시켜야 한다. 대학입시와 관련된 것들만 잘하게 하고 대학진학이 우선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 세상에 필요한 일을 찾아갈 수 있게 공감능력을 키우고 진로탐구를 모색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오산의 수많은 대외 성과물들과 결과치는 부수적인 것들에 불과하다. 놀라운 것은 기성세대가 지금까지의 틀을 깨는 용기를 내었고 수많은 난관에도 굴복하지 않고 10여 년을 지속했다는 데 있다. 교육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만큼, 그들의 성공은 사회와 구성원들이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도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공유가치에 대한 믿음과 인내에 있었다. 

이제 우리는 '가짜 놀이' 말고 '진짜 놀이'를 해야 할 때이다. 문명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이 언급한 것처럼 '소유의 종말' 시대가 도래했다. 모든 경제, 금융, IT, 생활영역에 자리 잡은 '공유경제'의 개념이 삶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바꿔가고 있다. 우리 교육의 생태계에도 개방과 신뢰의 가치로 모든 구성원이 공동체 생활 속에서 더 높은 교육의 질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우리 남구는 지난 10월 평생교육과를 신설, 주민의 교육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는 것을 절감하며 올해부터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유휴공간을 구민들의 공유학습공간으로 마련하고 스스로 배움을 창조하고 함께 어울려 가는 가치를 공유하고자 한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짐 콜린스'의 말처럼 얼마나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느냐가 버스의 목적지를 정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똑같은 정책이 어느 도시에선 실패하고 어느 도시에선 성공적인 이유를 우리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앞으로의 평생교육 정책에 남구민이 모두 적합한 사람으로 버스에 함께 올랐으면 한다. 이제 우리는 교육에서 출발하여 교육-일자리-인구-경제문제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전반에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새로운 수평적 패러다임으로 용기 내어 한발 앞으로 나아갈지, 변화의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고 지난 역사에 머무를지는 이제 우리 선택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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