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낭을 꺼낸다는 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겠지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나요? 송선미 시인은 배낭을 꺼내기 전, 낯선 나라의 수도와 지명을 외우고 그곳의 풍습과 인사법을 공부하고 새와 나무의 이름을 알아내고 관찰하면서, 키가 컸고 두려움을 이겨냈고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송선미 시인에게 여행은, 그리고 배낭을 꺼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

여행을 떠났지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컸으니까
낯선 나라의 수도와 지명을 외우고
그곳의 풍습과 인사법을 공부하고
새와 나무의 이름을 알아내고
수많은 풀들을 관찰하고 연구했던 나날들

여행을 떠났지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컸으니까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무슨 말을 나누게 될까
나 같은 또 다른 누구를 사귀게 될까
설레었던 나날들
어려움에 처한 할아버지나
우물물을 떠 달라는 노파에겐
반드시 친절을 베풀리라 결심하면서

여행을 떠났지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컸으니까

어디 어디 갔었느냐고?
무엇을 보았느냐고?
아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내겐 더 높은 옷장 위 배낭이 또 있으니까

여행을 떠날 거야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
 

아동문학가 장그래

송선미 시인에게 여행이란 동시를 쓰는 여정이지요. 동시를 쓰기위해 오랜 시간 준비가 필요했을 겁니다. 그 과정이 관찰도 하고 동시 세계를 공부하는 것이었겠지요. 배낭을 메고 동시 속으로 여행을 간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했을까요? 여행을 떠나기 전, 배낭을 꺼낸다면 무엇을 담아야 했을까요? 시인이 동시의 길을 걸으면서 만났던 놀라운 풍경은 어땠을까요?

낯선 세상을 여행한다는 건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것이지요. 어느 날 동시가 시인을 찾아왔을 때, 신을 꺼내어 신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설 때까지 그 한참을, 동시는 시인의 곁에 서서, 때로는 쪼그리고 앉아 기다려 주었다고 합니다. 동시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맨 처음인 놀라운 풍경을 만날 수 없었을 거라고 했어요.

# 먼지가 되겠다 -동시에게

당신을 만나서
선생님이나 변호사, 검사나 약사, 의사나 화가
엄마나 아빠, 또는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먼지가 되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중략)
나는 먼지가 되고 싶어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어요

동시와 함께 거닐며 가끔은 동시에게 편지도 쓰는, 일상을 동시와 함께 하는 시인의 하루가 보이고 느껴집니다. 여러분의 일상은 어떠한가요? 여러분은 일상에서 함께 하는 그 무엇과 얼마나 자주 여행을 떠나시나요? 옷장 위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날 만큼 키가 컸나요?  아동문학가 장그래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